포크음악 개척자 한대수씨, 故 김광석 헌정음반 참여
1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양화로 스튜디오에서 만난 가수 한대수는 “생전에 김광석과 한 번도 교류하지 못해 후회스럽다”고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가수 한대수(66)가 세 번째이자 마지막 “잘 가시게”의 “잘”을 길게 늘이며 끝을 흐렸다. 이 노장 특유의 모래알 같은 목소리와 위악적인 가창이 되레 처연한 느낌을 더했다. 한숨처럼 나지막이 목을 놓아 부르는 ‘여보’는, 원곡 가사 속 배우자가 아니라 요절한 후배를 위한 초혼처럼 들렸다. 서른 즈음(32세)에 세상을 뜬 그이가 살아있다면 지금 만으로 딱 쉰 살. 한대수는 “고인의 절절한 노래를 부르니 말로 할 수 없는 감정이 가슴에서 솟구친다. 제가 다른 가수 노래를 리메이크하는 것은 ‘아침이슬’ ‘임을 위한 행진곡’ 이후 처음”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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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양화로의 스튜디오에서 만난 한대수는 “김광석은 우리나라 포크의 맥을 훌륭하게 이었다. 미국이 지미 헨드릭스, 커트 코베인을 그리워하듯 일찍 돌아간 그에게 경의를 표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했다.
한대수가 이날 녹음한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는 김목경의 원곡을 김광석이 자신의 유작이 돼버린 음반 ‘김광석 다시 부르기 2’(1995년 3월)에 재해석해 실어 유명해진 곡이다. 김광석은 그 음반에 이정선(‘그녀가 처음 울던 날’) 양병집(‘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 같은 포크 음악계 선배들의 곡을 리메이크해 담았는데, 앨범의 첫 곡이 한대수의 ‘바람과 나’(1974년)였다. 한대수는 “당시에 광석 씨 쪽 음반사가 ‘바람과 나’를 리메이크하겠다고 해 ‘OK’ 했는데 나중에 완성된 곡을 듣고 감복했다. 그의 목소리는 슬픈 노래를 더 슬프게 만들고, 사람을 위로하기보다 더 엉엉 울려 시원해지게 하는 힘이 있다”고 했다.
한대수와 김광석은 생전에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 “광석 씨가 한창 활동할 때 저는 미국 뉴욕에 거주했기 때문이죠.” ‘김광석 다시 부르기 2’에서 노래로만 함께 호흡했던 두 사람은 이번 헌정음반을 통해 또 한번 영적으로 만나게 된 셈이다. “그의 노래는 너무 쓸쓸했어요. 하지만 진실성이 담긴 그 곡들은 ‘영원한 히트’로 남을 겁니다. 1960년대에 제가 국내에서 처음 시작한 하모니카 연주를 완벽한 예술로 만든 것 역시 고인이었죠.”
젊은 실력파 음악인들도 이번 헌정에 발 벗고 나섰다. 김목인 노영채 루드페이퍼 마이큐 바드 박윤우 선우정아 염종성 이해완 정마리 조동희 프롬 하이미스터메모리 NY물고기와 배우 김슬기가 고인의 노래를 다시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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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