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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참사현장, 휘어진 차체… 뜯겨나간 지붕… 40m밖 호텔 담장도 무너져

입력 | 2014-02-19 03:00:00

전승훈 특파원 이집트 참사현장 르포




17일 이집트 타바 폭탄테러 현장에서 앙상한 몰골만 남은 관광버스 앞에서 이집트 경찰관이 주민과 대화하고 있다. 바퀴가 튕겨나가고 지붕까지 뜯긴 버스의 모습은 당시 폭발의 위력을 실감하게 한다. 타바=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전승훈 특파원

한마디로 처참했다.

한국인 성지순례 관광객들이 탔던 노란색 ‘5스타’ 관광버스는 불에 타 앙상하게 서 있었다. 테러가 발생한 지 만 하루가 지났지만 현장에는 타이어 고무, 천 등이 탄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이집트 시나이 반도 타바의 국경검문소 인근에서 한국인 관광객을 태운 버스가 폭탄테러를 당한 처참한 사고현장이 17일 오후 한국 취재진에 처음 공개됐다.

현장은 이스라엘 국경에서 불과 200여 m 떨어진 곳이었다. 최고급 호텔인 타바 힐턴호텔과 카지노호텔 등에서 30∼40m 떨어져 있다. 폭발 충격으로 사고 버스의 전면 유리창은 40m 떨어진 힐턴호텔 정문 앞까지 날아가 산산이 부서져 있었고 호텔 담장도 곳곳이 무너져 내렸다.

전면 유리창과 옆, 지붕까지 뜯겨 나간 버스에는 불에 타 앙상하게 철골만 남은 좌석들이 엉켜 있었다. 차량 오른쪽 앞문에서 폭발이 발생한 탓에 버스 차체는 오른쪽 방향으로 휘어졌고 지붕은 뜯겨 하늘로 솟구쳐 있었다. 버스 인근 길가에는 유리 파편과 승객들의 운동화, 가방, 장갑, 화장품들이 어지러이 흩어져 테러 당일의 참상을 전하고 있었다.

테러범은 세계적 휴양도시인 타바와 샤름엘셰이크, 시나이 반도 관광객들이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길목의 사거리를 목표로 삼은 듯 보였다. 오후 6시가 넘어 어둑어둑해졌는데도 검문소 주변에는 사고 차량처럼 이스라엘에 입국하기 위해 관광버스가 줄지어 서 있었다.

이날 오후 2시 한국인 부상자들이 입원해 있는 샤름엘셰이크 병원에서 취재진을 태운 차량이 출발할 때 이집트 무장경호팀이 탑승한 차량이 선두에 섰다. 무장차량 안에는 총을 든 군인 두 명이 경계를 섰다. 취재진과 외교부 직원들이 탑승한 차량이 테러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험준한 바위산과 홍해의 해변이 번갈아 교차되는 해변도로를 4시간가량 달리는 동안 버스는 수십 군데의 검문소에서 멈춰야 했다. 검문소마다 장갑차를 앞세운 군인이 차량의 트렁크까지 일일이 수색하는 등 경계가 아주 삼엄했다.

해질녘인 오후 6시경에 타바의 국경 검문소에 도착하자 사고 현장을 지키던 경찰관 무함마드 씨는 “버스가 검문소 앞에 도착한 뒤 5분 만에 폭발이 일어났다”며 “몇 km 밖에서도 들릴 정도로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검은 연기가 치솟았고 버스 주변에는 시신과 부상자들이 뒤엉켜 있었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만난 이탈리아 관광객 크리스티나 씨(42·여)는 “뉴스를 통해 이곳에서 폭탄테러가 발생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불에 탄 차량을 휴대전화로 찍었다. 타바 힐턴호텔 관계자는 기자에게 “이집트인의 한 사람으로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굳은 표정으로 손을 내밀어 인사했다.

이집트 경찰은 17일 공격 당시 폐쇄회로(CC)TV 영상을 분석한 결과 자살폭탄 테러범이 관광버스 앞문 세 번째 계단을 디뎠을 때 폭발물을 터뜨린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이번 테러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한 과격 이슬람 단체인 ‘안사르 바이트 알마끄디스’(성지를 지키는 사람들)는 18일 웹사이트에 올린 성명에서 이번 테러를 ‘배신자 정권과 맞서 싸우는 경제 전쟁’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 단체는 “모든 관광객이 나흘 안에 이집트를 떠나지 않으면 다음 타깃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이번 테러로 숨진 블루스카이 제진수 사장의 유해는 18일 카이로 공항을 통해 국내로 운구됐다. 나머지 사망자 2명의 유가족도 시신 수습을 위해 이날 이집트에 입국했다. 부상자 14명 대부분은 한국에서 치료받기를 원해 1∼2일 안에 귀국할 예정이다. 경상을 입은 한국인들은 비행기표를 구하지 못해 19일 오후에나 인천공항에 도착할 것으로 보인다.

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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