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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80cm 습설… 5t 트럭 38대가 지붕 짓누른 셈

입력 | 2014-02-19 03:00:00

[신입생 행사장 붕괴 참사]
수증기 머금은 눈 7일연속 내려
해발 500m… 거의 녹지않고 쌓여 200t 무게 못견디고 무너져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이 붕괴된 원인 중 하나로 지붕 위에 쌓여 있던 젖은 눈, ‘습설(濕雪)’이 지목된다. 전문가들은 경주 지역에 물기를 머금은 무거운 습설이 9일부터 7일 연속으로 내렸고 쌓인 눈의 무게가 200t 가까이 불어나면서 지붕이 무너져 내린 것으로 보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경주 지역에는 9∼15일 최고 적설량 34.8cm(11일 오전 9시 기준·기상청 공식 통계)에 달하는 폭설이 내렸다. 그러나 이는 경주 시내 평지의 적설량을 관측한 것이다. 평지는 상대적으로 눈이 빨리 녹기 때문에 실제 내린 눈에 비해 적설량이 적게 관측된다. 반면 마우나오션리조트가 위치한 경주시 양남면 신대리 해발 500m 산지 일대에는 기온이 낮고 눈이 거의 녹지 않아 시내보다 배가 넘는 눈이 쌓인 것으로 추정된다. 경주시 제설 담당자가 육안으로 확인한 비공식 관측 결과로는 이 기간 신대리의 최고 적설량은 80cm에 달했다.

문제는 이 눈이 습설이었다는 점이다. 습설은 수증기를 머금고 있어 마른 눈에 비해 무게가 많이 나간다. 통상 2월에는 경주를 포함한 경북 동해안 지역에 습설이 내린다. 전문가들은 2월이면 한반도 남쪽과 북쪽에 각각 저기압, 고기압이 위치해 동풍이 지속적으로 유입될 수 있는 기압계가 형성되는데 이 동풍에 동해안 수증기가 합쳐지면서 습설이 내린다고 보고 있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은 “대기 상층 기온이 영하 10도보다 높으면 습설이 형성되는데 2월 동해안 기온이 상대적으로 높아 습설이 만들어진다”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경주의 평균 기온은 11일 ―2.1도였지만 12일 ―0.3도로 오르고 13일 0.4도로 영상권을 회복한 뒤 15일 1.9도까지 오르는 등 비교적 포근했다.

습설이 50cm 쌓였을 때 m²당 눈 무게는 50kg 정도다. 하지만 50cm 이상일 때에는 무게가 최고 2배로 늘어난다. 조구희 기상청 통보관은 “눈이 많이 올수록 쌓인 눈 아래층부터 눈이 빽빽하게 짓눌리며 쌓인 눈 높이 이상으로 무거워진다”며 “눈이 1m 가까이 왔을 때는 m²당 눈 무게가 1.5배에서 최고 2배까지로 늘어나 슬레이트 지붕이 붕괴될 수 있다”고 했다.

경주시 통계에 따라 체육관 지붕 위에 눈이 80cm 쌓여 있었다면 m²당 눈 무게가 최고 160kg에 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이 발표한 체육관 크기는 1205m². 체육관 면적과 지붕 크기가 같다고 하면 19만2800kg, 즉 192t에 달하는 눈이 지붕 위에 쌓여 짓누르고 있었던 셈이다. 신입생 수백 명이 5t 덤프트럭 38대가 올라가 있는 지붕 아래서 목숨을 담보한 채 오리엔테이션을 했던 것이나 마찬가지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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