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 1, 2/김탁환 지음/1권 272쪽, 2권 260쪽·각 권 1만2500원·민음사삼봉 정도전의 뜨거운 절규
정도전의 내면을 소설로 그린 작가 김탁환. 그는 “정도전이라는 인간이 격동기와 어떻게 만나고 엇갈렸는지 담고자 했다”고 말했다. 민음사 제공
소설가 김탁환(46)이 ‘조선의 설계자’ 정도전(1342∼1398)을 불러냈다. 공양왕 4년(1392년) 3월 17일 이성계가 사냥 중 낙마하는 순간부터 같은 해 4월 4일 정몽주가 암살당할 때까지 정도전이 겪은 격동의 18일간에 초점을 맞췄다.
역사적 사실을 재조립하는 쪽보다는 고려가 스러지고 조선이 동트는 시기, 가슴에 새로운 세상을 품은 정도전의 절망과 고뇌, 사유에 집중한다. 어떤 국가를 세울 것인지 끊임없이 고민하는 정도전의 내밀한 비망록 속에는 맹자에 기반한 성리학적 혁명, 백성을 위한 국가 건설의 염원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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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이 켜켜이 쌓여 거대한 산을 이룰 때 혁명이 피어난다. ‘그 누구도 처음부터 절망에 빠지진 않네, 처음부터 혁명을 꿈꾸지 않듯이. 혁명을 도모한다는 건 절망의 끝에 다다랐다는 뜻일세. 지금 여기의 사람과 제도로는 도저히 희망을 발견할 수 없다는 안타까운 확인.’
백성을 위한 국가여야 한다는 점에서 정도전과 정몽주는 뜻을 같이했다. 정몽주는 고려라는 체제 안에서 이를 이루고자 했지만 정도전은 혁명의 관점에서 개국을 주창했다. 치기 어린 이방원이 그 간극에 균열을 일으킨다. 정도전이 이방원에게 쓴 서찰은 오늘날의 젊은이에게도 유효하다. ‘평생의 벗은 새벽별처럼 드물다고 했네. (중략) 물을 살필 때는 작은 시내가 아니라 큰 바다가 만드는 파란(波瀾)을 보아야 해. 더 크고 넓고 깊은 눈을 가지도록 힘쓰게나.’
조선의 대표적인 책사로 정도전과 한명회가 꼽히지만 둘은 완전히 다른 인간이라고 작가는 지적한다. 한명회는 수양대군을 용상에 앉히는 데만 집중했고 제도와 사상에 대한 고민이 없었지만 정도전은 법 제도 종교 국방 도읍지 조세 교육 등 새 세상의 전망과 방안을 갖춘 인물이라는 것이다.
‘불멸의 이순신’ ‘허균, 최후의 19일’ ‘방각본 살인 사건’ ‘열녀문의 비밀’ 등 꾸준히 역사소설을 선보여 온 작가는 조선왕조 500년을 60여 권의 소설로 재구성한다는 장대한 계획을 세웠다. 이 두 권의 소설은 그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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