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하려는 원격진료가 의료계의 반발에 부딪혀 표류하고 있다. 이 논란에서 정작 국민은 소외돼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계명대 동산병원의 원격진료센터 모습. 동아일보DB
이정렬 서울대병원 흉부외과
먼저 원격진료에 대한 정의부터 보자.
흔히 원격진료라 하면 ‘의사가 환자와 직접 대면하지 않고 온라인상으로 환자의 질병을 관리하고 진단하며 처방 등을 하는 행위’라고 알고 있다. 하지만 이 정의는 매우 애매모호하면서도 예외가 많을 수 있어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그렇다면 정확한 정의는 무엇이 되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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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인터넷으로 환자 상태를 정확하게 알 수 없으므로 의료의 질을 떨어뜨린다 ②원격진료 의료 장비와 기본 장비(입력단말기, HD카메라, 체지방분석기, 심전도계, 임상검사장비, 신체활동 측정기 등)가 고가(최소 3000만 원이 든다는 주장도 있다)이다 ③어차피 약을 받으려면 약국에 가야 하므로 환자 불편은 줄지 않는다 ④시범사업들이 이미 실패했다 ⑤일부 대형병원으로 환자가 쏠릴 것이다 ⑥의료취약지구에 도움이 되기보다 전국 규모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할 것이다 ⑦시스템 또는 진단 장비의 오류로 오진이 나올 수 있다. 오진 책임을 규정하는 법적 안전장치도 없다 ⑧동네 병원부터 한다고 하지만 결국 대형병원까지 허용할 것이다 ⑨동네 의원들은 감당할 여력이 없고 환자 유치를 위한 과당경쟁과 상업화를 피하기 힘들 것이다 ⑩의료 전달 체계에 대혼란이 올 수 있고 1차 의료기관 붕괴를 초래할 것이다 ⑪의료정보 해킹 등 보안상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통신 불량 등 기술적인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 ⑫우리처럼 좁은 나라에 과연 필요한가. 이런 이유들은 얼핏 그럴듯해 보이지만 절대 시행해서는 안 되는 근거로 삼기에는 의문이 든다.
그렇다고 찬성론자들 주장이 마냥 설득력이 있는 것도 아니다. 무엇보다 구체적인 로드맵과 시나리오가 부족하다. 예를 들어 컴퓨터나 스마트폰만 있으면 산간 오지나 위급 상황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하지만 실제 누가 어떻게 이런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가 모호하다. 또 군인, 교도소 재소자, 거동이 어려운 노인 및 장애인, 수술로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하지만 여기에도 역시 ‘어떻게’가 없다. 위험성이 낮은 재진 환자와 의료 소외 계층을 원격진료 대상군(群)으로 할 수 있다지만 어떤 질환이 될 수 있을지가 역시 없다. 의료 데이터를 공유해 병원을 옮길 때마다 동일한 검사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다고 하는데 1차 검사가 불충분한 경우 ‘어떻게’ 할지가 없다. 또 내원 필요성이 적은 만성 질환자 상태 관리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과연 환자가 여기에 동의할까 하는 의문도 들고 반대론자들이 주장하는 과당경쟁 우려도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다. 의료법을 개정하지 않고 시행규칙 개정만으로 가능할 수 있다는데 사실인가?
필자는 원격진료와 관련해 현 시점에서 찬반 대립을 잠시 쉬면서 진정 근본적인 질문을 해보자고 제안하고 싶다. 즉, 과연 국민과 환자의 건강에 도움을 줄 것인가이다. 만약 어느 한 분야라도 있다면 시범사업이라도 한번 해 보고 추진하거나 접거나 해도 늦지 않을 것 같다.
무엇보다 구체적인 시나리오와 용의주도한 실천 전략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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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실천 전략을 세운 뒤 환자 입장에서 다음 질문에 대한 답이 긍정적으로 나온다면 원격진료는 분명 도입할 만한 일임에 틀림없다. 그 질문은 다음과 같다.
①어떻게 쉽게 접속하지? ②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지? ③시스템 내의 누가 나를 도와주지? ④접속 후 손쉽고 지속적인 소통 방법과 수단은 뭐지? ⑤응급 상황 시 어떻게 도움을 받지? ⑥약은 어떻게 받지? ⑦오프라인 병원과 어떻게 연계되지? ⑧의료비 지불은 어떻게 하지? ⑨개인 의료정보는 어떻게 보호받지? ⑩정말 서비스가 만족스러운가? 등이다.
다음 회에서는 영리법인 허용과 자법인 설립 허용 문제를 다룰 예정입니다.
이정렬 서울대병원 흉부외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