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페르시아 서사시 ‘쿠쉬나메’ 번역 출간 이희수 교수
고대 페르시아 서사시 ‘쿠쉬나메’의 ‘신라’ 언급 부분을 번역한 이희수 한양대 교수.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최근 이희수 한양대 교수(문화인류학)가 우리말로 번역한 고대 페르시아 서사시 ‘쿠쉬나메’(청아출판사)에는 ‘페르시아 왕자와 신라 공주의 천년 사랑’이라는 부제가 달려있다.
중국 내 이란인 군대의 사령관 ‘아비틴’이 신라(바실라)로 건너와 신라 왕 ‘태후르’의 딸 ‘프라랑’과 결혼해 아들을 낳고, 훗날 이 아들이 아랍의 폭군을 물리치고 이란인의 영웅으로 추앙받으며 어머니의 나라 신라와 대를 이어 교류한다는 내용이니 소설 같다는 말이 나올 법도 하다. 이 교수가 수백 년간 구전돼 오다가 11세기에 필사된 페르시아 서사시 쿠쉬나메에 등장하는 지명 ‘바실라(Basilla)’가 신라라고 확신하는 근거가 궁금했다.
광고 로드중
2010년 쿠쉬나메의 존재를 국내 학계에 처음으로 알린 이 교수가 이번에 펴낸 번역본은 신라가 언급된 부분으로 전체 쿠쉬나메의 절반 분량에 해당된다. 요즘 그는 쿠쉬나메에 언급된 신라의 각종 지명과 인명을 해석한 논문 준비에 한창이다.
“이 책의 공역자이자 이란 국립박물관장을 지낸 이란의 고대언어학자 다르유시 박사는 바실라의 ‘바’가 ‘더 좋은’ ‘아름다운’이라는 뜻을 가진 접두사라 풀이하더군요. 즉, ‘아름다운 신라’로 해석될 수 있지요. 신라의 왕명 ‘태후르’는 ‘태후’의 표기일 수도 있습니다. 신라 공주 프라랑은 페르시아인에게 낯선 이름이 구전 과정에서 변용된 결과로 보입니다.”
또 신라 향가 ‘처용가’의 처용이 이슬람 상인이라는 학설과 관련해 그 미스터리를 풀 실마리도 쿠쉬나메에 있다고 했다.
“처용이 삼국유사에 등장한 시기가 880년인데 이로부터 230년 전 피루즈 왕자가 신라에 왔다면, 처용이 실존 인물일 가능성도 커지지요.”
광고 로드중
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