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새정치는 아직도 아리송… 서울시장은 ‘새정치 표상’으로경청과 소통, 성과와 신뢰… 이미 박근혜 대항마로 등극했다출마해 재선되면 대선길 탄탄, 양보하면 “대통령감” 꽃놀이패정치놀음판 서울시는 어디로…
김순덕 논설실장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정치를 잘하는 정치인을 꼽으라면 나는 박원순을 들겠다. 본인은 한사코 정치인이 아니라지만 그제 민주당 원혜영 의원은 “박원순이야말로 새정치의 표상”이라고 이름표를 달아버렸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콘텐츠 없는 새정치를 비웃듯 그들은 “새정치의 핵심은 생활과 혁신”이라고 정의까지 내렸다.
박원순이 안철수를 향해 ‘난 2017년 대통령선거에 안 나가니 당신은 서울시장 후보를 내지 말라’는 러브콜을 보낸다는 분석이 한창이다. 하지만 내 눈에 박원순은 이미 안철수를 능가한 대선주자다. 안철수가 “양보 받을 차례”라는 말을 했네 안했네, 밀당(밀고 당기기)을 되풀이할 때 박원순은 “시민의 뜻이라면 백번이라도 양보한다”(20일)며 “기존 정치가 욕먹는 이유가 시민의 관점을 따르지 않았기 때문”(21일)이라고 한방에 안철수를 구(舊)정치로 보내버렸다.
박원순의 서울시가 성공적이면 새로운 대선주자 등장을 반겨야 마땅하다. 그는 올 들어 벌써 7번 아침라디오에 등장해 “서울시 채무를 3조 원 줄이고 오랜 갈등도 풀고 미래를 위한 초석을 다졌다”고 숨 가쁘게 치적을 나열했다. 성과로 신뢰를 쌓아가며 새정치를 하고 있다는 자찬도 어눌한 듯, 다 했다.
내막을 들여다보면 ‘줄푸다’에 흔쾌히 박수를 치기는 어려워진다. 혜택은 공(公)이 보고 공(功)은 박원순에게 돌아가되 부담은 시민이 지는 구조여서다. 절대 안 고친다던 귀 조형물 훼손부위가 거의 표 나지 않게 고쳐졌는데도 “이 찌그러진 부분은… 소통의 소중함을 알려주는 상처”라고 팻말이 붙은 것처럼, 알고 보면 똑같다 싶은 좌파성향 정치인의 속성이 그에게도 있다.
채무 감축이 됐다 해도 지하철 9호선 운영자를 서울시로 바꿈으로써 비효율과 이에 따른 부담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서울메트로 갈등을 파업 직전 극적으로 풀었다지만 정년 연장과 퇴직금누진제 보전에서 서울시가 대폭 양보한 결과였다. 2017년까지 3180명을 육성하겠다는 마을공동체 활동가, 2022년까지 8000개로 늘린다는 협동조합은 그의 미래를 위해 정치 세력화할 수 있도록 다져지고 있다는 우려까지 나돈다.
이런 지적을 전하는 사람들은 그러나 “좀 알고 말씀하시라” “정치적으로 해석하시는 분들은 대체 어떤 목적인지…” 같은 핀잔을 감수해야 한다. 착한 박원순을 비판하는 즉시 나쁜 인간이 되는 식이다. 작년 9월 안전행정부의 16개 지방자치단체 평가에서 서울이 9개 항목 중 사회복지 환경 지역경제 등 7개가 최하위로 꼴찌인 것도 그는 정치적 음모로 여길 것 같다.
박원순이 야권연대론을 외면하고 출마할 경우, 당선하면 다행이지만 낙선하면 정치생명은 끝이다. 그보다는 판을 키우다가 막판에 안철수, 또는 안철수신당 후보에게 “통합은 시민의 뜻”이라며 물러나야 “역시 대통령감”이라는 환호성과 함께 주가가 폭등할 수 있다. 그 다음엔 안철수 측이 시장이 돼도 좋고, 안 되면 더 좋을 터다.
아마도 이 길만이 그와 사법연수원 동기인 문재인도, 그가 국회 입성을 도왔던 통합진보당도, 함께 국가보안법 폐지에 힘썼던 이들도 상생하는 구도가 아닐 수 없다. 나의 상상에 제발 박원순이 “모르시는 말씀!”이라고, 평소 습관대로 딱 잘라 부인해줬으면 좋겠다.
김순덕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