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세상을 바꿉니다]<1부>나는 동네북이 아닙니다욕설-성희롱에 시달리는 114센터
○ 끊기 전에 “끊겠다” 한마디만 해줘도….
자세히 들여다보니 그들 행동에서 몇몇 공통점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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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후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의 KT빌딩 8층. 그곳에 자리 잡은 KTIS 114센터의 풍경이다. 이곳에선 230여 명의 상담원이 24시간 교대 근무를 한다. 하는 일은 주로 전화번호 안내 서비스. 때때로 주소 안내나 텔레마케팅 등도 한다.
‘얼굴 없는 상대’를 매일 만나는 이들은 대표적인 감정노동자다. 보통 감정노동자는 속내를 감춘 채 다른 얼굴 표정과 몸짓으로 손님을 대하는 시간이 업무 시간의 절반이 넘는 사람을 말한다.
객실 승무원, 홍보도우미 등 감정노동자들은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얼굴 없는 상대와 마주하면 그 스트레스는 또 수직 상승한다. 우종민 서울백병원 교수(정신건강의학과)는 “나쁜 말의 경우 서로 보지 않고 말하다 보면 더 거칠고 직설적으로 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하정희 한양사이버대 교수(상담심리학과)는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전화로 말할 때 어휘 자체가 달라지고 신분 비하적인 발언을 많이 해 전화 상담원들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KTIS 114센터 상담원들은 걸려오는 전화 가운데 10%가량은 반말이나 욕설 등이라고 전했다. 한 명당 하루 평균 1000통을 받으니 나쁜 말로 인한 상처만 하루에 100개가 생긴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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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114센터처럼 고객의 전화를 받는 입장은 좀 낫다. 통신사나 카드회사의 콜센터 상담원들처럼 주로 고객에게 거는 이들의 고충은 상상을 초월한다. 한 카드회사의 콜센터 상담원 김모 씨는 “고객의 절반 이상은 내 설명 도중 끊어버린다. 다른 건 안 바란다. 전화 끊기 전에 ‘끊겠다’ 이 한마디만 해줘도 소원이 없겠다”고 말했다.
○ “반갑습니다”로 인사말 바꿔
콜센터 상담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여성들은 성희롱 발언으로 인한 정신적인 피해를 호소했다.
민주노총이 2012년 콜센터 상담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여성 상담원들은 월 1회 이상 심한 성희롱을 당했고, 이로 인한 우울증까지 겪었다고 답했다.
114센터의 경우 2006년까지 안내 인사가 “사랑합니다, 고객님”이었다. 그러자 일부 고객들이 “네가 내 얼굴을 보면 사랑하고 싶지 않을 텐데”라는 식으로 받아쳤다. 그래서 2012년부터 “힘내세요, 고객님”으로 바꿨다. 이번엔 이 말을 성적으로 왜곡해 주로 야간 시간에 신음 소리로 대꾸하는 성희롱 고객이 늘었다. 결국 최근엔 야간에만 “반갑습니다, 고객님”으로 인사말을 또 바꿔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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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경 KTIS 114센터 상담원은 고객의 막말로 상처를 받으면 일단 책상 위에 놓아 둔 가족 사진부터 본다. 그리고 길게 한숨을 쉬며 마음을 다독인다. 강아지나 좋아하는 연예인 사진을 보면서 주문을 외우듯 스스로 치유하는 이들도 많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유원모 인턴기자 한양대 교육학과 4학년
모진수 인턴기자 고려대 미디어학부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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