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반열 오른 ‘전남 쌀’
전남은 벼농사에 적합한 자연환경과 기후조건을 갖추고 있다. 이런 여건을 살려 전체 경지 면적의 26%에서 친환경 쌀을 연간 20만 t 생산한다. 전남도 제공
대한민국 최고 명품 쌀
지난해 11월 6일부터 9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13 서울 국제식품산업전’은 명품 전남 쌀의 인기를 실감하게 하는 행사였다. 전남도와 농협전남지역본부는 ‘전남 쌀 전시·홍보관’을 운영하며 10년 연속 전국 12대 브랜드쌀로 가장 많이 선정된 전남 쌀을 수도권 소비자에게 알렸다.
영광군통합미곡종합처리장(RPC)은 전국 규모의 프랜차이즈 요식업체인 ㈜이바돔과 연간 20억 원, 보성군통합RPC는 친환경 전문쇼핑몰인 ‘집이마켓’과 15억 원의 납품 계약을 체결했다. 고흥흥양농협RPC, 무안군통합RPC도 농협유통(고양·성남), 서울 관학농협과 각각 30억 원, 10억 원어치의 쌀을 공급하기로 했다.
전남 쌀은 그동안 품질에 비해 저평가돼 왔던 게 사실이다. 오랫동안 국내 최대 곡창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은 쌀을 생산하면서도 경기미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질이 떨어지는 쌀로 인식돼 왔다. 브랜드와 유통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탓에 전남 쌀이 ‘포대갈이’를 통해 경기미로 둔갑하는 사례도 많았다. 자체 소비량보다 훨씬 많은 쌀을 생산하다 보니 타 지역으로 반출될 수밖에 없었고 이 과정에서 전남 쌀의 가치가 떨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돼 왔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사정이 달라졌다. 품질 균일화, 브랜드 차별화, 안정적인 물량공급, 전략적인 마케팅으로 소비자 신뢰를 쌓아 가면서 대한민국 최고 명품 쌀로 우뚝 섰다.
대한주부클럽연합회·한국YWCA 등 전국 10개 회원 단체로 구성된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와 농림축산식품부 등 4개 기관·단체는 2003년부터 매년 시중 유통 쌀을 평가한다.
지난해 12월 결과를 발표한 2013년산 쌀의 경우 전국 1870개 브랜드 중 시도에서 추천한 43개를 놓고 품평회를 했다. 소비자·전문가 패널이 눈을 가린 채 밥을 먹어 보고 점수를 매기는 식미(食味) 평가와 품질 평가, 서류·현장 평가를 거쳐 12개를 선정했는데 절반인 6개가 전남의 것이다. 담양군 대숲맑은쌀은 2위, 고흥군 수호천사건강미(米)는 3위를 차지했다. 보성군 녹차미인보성쌀, 영암군 달마지쌀골드, 장흥군 아르미쌀, 무안군 황토랑쌀도 전국 1870개 쌀 브랜드 중 톱 12 안에 끼었다.
친환경 농법으로 고품질 쌀 생산
농가들이 합심해 볍씨 종자 선택과 물 관리, 수확·건조·저장·가공 등 전 과정을 철저히 관리한 것도 명품 반열에 오른 비결이다. 종자는 일미, 새누리, 호품 등 밥맛이 좋은 정부 보급종을 주로 재배하고 모심기와 물 관리, 수확에 표준농법을 적용했다. ‘수확 후 4시간 이내 통풍, 6시간 이내 건조’ 매뉴얼을 지키고 저온저장고 등 시설도 현대화했다. 소비자가 윤기가 자르르 흐르고 고소한 향의 밥맛을 느끼도록 15일 이내 도정한 쌀만 유통시켰다.
임영주 전남도 농림식품국장은 “이번 쌀 평가 결과는 농업인과 행정기관, 농협 등이 힘을 모아 고품질 쌀 생산 정책을 추진한 결과”라며 “쌀 주산지와 친환경 농업의 메카라는 명성에 걸맞게 대한민국 최고의 명품 쌀로서 입지를 다졌다”고 말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