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첫 ‘세일즈 외교’ 결실
대통령궁 광장에서 의장대 사열 인도를 국빈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만모한 싱 총리와의 한-인도 정상회담에 앞서 대통령궁 광장에서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뉴델리=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 본격 세일즈 외교
싱 총리는 정상회담이 시작되자 가장 먼저 양국의 경제 협력을 강조했다. 박 대통령도 싱 총리에게 도로 철도 등 인도의 사회기반시설 건설에 한국 기업의 참여를 요청했다. 인도는 도로 길이가 334만 km로 세계 2위지만 고속도로 비중은 2%에 불과하고 88%가 2차로 이하의 좁은 도로다. 인도는 2017년까지 1조 달러를 인프라 건설에 투자할 계획이다.
박 대통령은 또 전력 발전설비 부문에서 한국의 우수한 기술력을 강조하기도 했다. 인도는 한국 발전설비총량(87GW)보다 큰 88GW 규모의 발전설비 증설 계획을 갖고 있다. 이에 싱 총리는 “한국 기업의 인도 내 발전소 철도 등 인프라 건설 참여를 환영한다”고 화답했다.
국내 기업의 인도 진출을 돕기 위해 국내 은행의 인도 내 지점 설립을 인도 정부가 지원하는 방안도 논의했다. 양국이 이날 체결한 이중과세방지협정에 따라 인도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연간 총 140억 원가량(지난해 기준으로 산출한 액수)의 면세 혜택을 보게 됐다.
박 대통령은 싱 총리에게 한국 기업에 대한 수입규제 완화도 요청했다. 현재 인도는 한국에 대해 28건의 수입을 규제하고 있다. 한국에 대한 수입 규제 조치를 취한 국가 가운데 건수가 가장 많다. 인도는 한국의 인공위성 발사 시 인도의 위성발사체를 이용해 달라고 제안했다.
○ 양국 간 거리 좁히기
싱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한국과 인도의 물리적 거리는 양국 간 소통의 장벽이 아니다”라며 “고대부터 지금까지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양국이 군사비밀보호협정을 체결하고 양국 간 안보 분야 전략대화를 대폭 강화하기로 한 것도 양국의 거리 좁히기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양 정상은 사회 문화 분야에서의 교류도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한국 미래창조과학부와 인도 과학기술부는 이날 산학연 공동연구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앞으로 5년간 1000만 달러 규모의 공동연구에 나서기로 합의했다.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강점을 보이는 인도와 하드웨어 분야가 발달한 한국이 손을 잡고 기술 상업화를 통해 양국의 창조경제를 활성화하자는 취지다. 양국 최고경영자(CEO) 각각 20명이 참여하는 상설 협의체도 신설된다.
○ 친밀감 높이기
박 대통령은 기자회견 모두발언을 시작하며 “나마스테(안녕하세요)”라고 인도 힌디어로 인사해 인도에 대한 친밀감을 나타냈다. 이어 마지막 발언도 “바웃바웃 단야와드(매우 매우 감사합니다)”라며 힌디어로 인사했다.
박 대통령은 정상회담 뒤 인도의 대표적 여성 정치인인 수슈마 스와라지 하원 야당 대표를 만났다. 박 대통령과 스와라지 대표는 1952년생 동갑내기다. 박 대통령은 자신의 생일이 12일 빨라서 “언니”라고 하자, 스와라지 대표는 면담이 끝난 뒤 “생큐(Thank you·고마워요), 언니”라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다.
박 대통령은 인도에서도 국기 색깔(초록 흰색 주황)의 의상을 입어 눈길을 끌었다. 정상회담 때는 초록색 계통의 바지에 흰색 재킷을, 전날 교민간담회 때는 개량 한복풍의 초록색 치마와 주황색 상의를 입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