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건 스포츠부 차장
9월 인천에서 8년 만에 아시아경기 금메달에 도전하는 한국 남자 배구도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대표팀 사령탑을 맡았던 박기원 감독은 “한선수는 우승을 위해 꼭 필요한 선수”라며 안타까워했다. 대한배구협회는 대표팀의 핵심인 한선수를 대체할 만한 세터가 없어 입영 연기를 요청한다는 공문을 국방부에 보냈지만 불가 통보를 받았다. 국방부의 이런 판단은 한선수가 이미 연기 기일(2년)과 횟수(5회)를 다 사용한 상황에서 ‘천재지변이나 그 밖의 재난을 당하여 본인이 아니면 이를 처리하기 어려운 사람’에 해당되지 않아서였을 것이다. 한선수는 이미 국군체육부대(상무) 입대 연령 제한(만 27세)을 넘겨 상무에도 갈 수 없었다. 언론들은 “한선수가 빠진 탓에 2014 아시아경기 금메달 전선에 비상이 걸렸다”는 보도를 쏟아냈다.
궁금했다. 군인도 엄연한 대한민국 국민인데 왜 한선수는 국가대표가 될 수 없는 것일까. 군에서 맡은 임무를 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제대회에서 국위 선양을 하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보람 있는 일이 아닐까.
현역 군인인 한선수가 태극마크를 달기 위해서는 절차가 필요하다. 배구협회의 협조 요청을 시작으로 소속 부대장→육군 참모총장→국방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친절한 담당관은 이런 말을 덧붙였다. “국위 선양에 기여할 수 있다면 군에서 검토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다만 본인에 대한 근무평가도 중요하다. 소속 부대에서 열심히 복무하지 않는 군인에게 국가를 위해 뛰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가보지 않았을 뿐 길은 있다. 배구협회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선수 본인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군인 한선수’는 아시아경기에 출전할 수 있을까.
이승건 스포츠부 차장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