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수확량 60% 최대 생산지… 병해에 생산량 20% 감소
10일 오후 경북 상주시 서곡동의 한 농가. 곶감용 ‘떫은감’을 재배하는 박신만 씨(64)는 과수원 옆에 있는 20m²(약 6평)짜리 텅 빈 가건물을 보여주며 한숨 섞인 말투로 말했다. 이 가건물은 ‘곶감 덕장’으로 쓰던 곳이다. 매년 이맘때면 곶감을 만들 감이 가득 매달려 있던 곳이다. 상주는 전국 곶감 생산량의 60%를 차지하는 주산지다.
감을 못 깎았다는 건 수확한 감을 ‘깎아 말려서’ 곶감을 만들지 못했다는 얘기다. 박 씨의 감 수확량은 지난해의 60%에도 미치지 못했다. 지난해에는 곶감을 팔아 2000만 원 정도를 벌었지만 올해는 감을 말리지 않고 그대로 팔아 600만 원 정도만 손에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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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 지역에 많은 둥시 품종 감나무가 특히 둥근무늬낙엽병에 취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 씨는 “1년 공들인 감나무에서 수확 직전인 9월에 감이 뚝뚝 떨어지는 걸 보니 억장이 무너지더라”고 말했다.
감 수확량이 줄자 가격은 크게 뛰었다.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상주시 농산물공판장에서 팔린 둥시 20kg 한 상자 가격은 3만7000원 정도였다. 이는 2012년 가을보다 30%가량 오른 것이다. 자연히 설 대목을 앞둔 곶감 선물세트 값도 예년보다 많이 올랐다. 상주지역 곶감 유통업자들은 올 설에는 지난해보다 곶감 선물세트 가격이 20% 정도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곶감 가격 상승이 전혀 반가운 것이 아니란 점이다. 오히려 농가들은 비싼 곶감 값 때문에 고민이 많다. 오른 가격을 그대로 받을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전국적으로 곶감을 만드는 곳은 많아졌는데, 명절 때 팔리는 곶감 선물세트의 인기는 최근 몇 년 사이 주춤하고 있다. 이마트의 곶감 매출은 2011년 100억 원에서 지난해 86억 원으로 줄었다. 이마트 관계자는 “요즘에는 사람들의 입맛이 변해 곶감보다 과일이나 축산물의 선호도가 더 높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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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대형마트도 곶감 매출 감소폭을 줄이기 위해 선물세트 가격 상승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안상훈 이마트 신선식품 바이어는 “상주 이외에 경남 산청군이나 함안군 등의 다른 곶감 산지에서도 물량을 확보하고 있다”며 “직거래를 통해 선물세트 가격 상승폭이 10% 이하가 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류원식 기자 rews@donga.com
손현열 인턴기자 고려대 사학과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