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명 주소’ 여전히 혼란
10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중앙우체국에 업무를 보러 온 시민이 인터넷을 통해 도로명 주소를 검색하고 있다. 관공서에서는 도로명 주소를 검색할 수 있는 컴퓨터나 안내 책자를 비치하고 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평소처럼 고객들에게 회사 소식지를 보내러 최근 서울의 한 우편취급국에 간 김모 씨(33)는 발송을 거부당했다. 우체국 직원은 동과 번지가 적힌 옛 방식의 소식지 발송 주소를 도로명 주소로 바꿔 달라고 요구했다.
그날 오후 김 씨는 회사 동료들과 함께 남은 회사 봉투 600여 장에 일일이 새 도로명 주소를 인쇄한 스티커를 붙였다. 스티커 인쇄비는 1만5000원으로 많지 않았지만 오후 근무 시간에 직원 3명이 이 일에 달라붙어야 했다.
새해부터 도로명 주소 제도가 전면 시행됐지만 아직도 사람들은 자기 집 주소를 잘 모르고 대량 편지 발송, 명함 제작, 전입신고를 위한 동사무소 방문 등에 여전히 혼선을 겪고 있다.
● 도로명 주소…아직도 헷갈린다
“청첩장에 예식장의 도로명 주소만 써서 돌리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받은 하객들이 예식장에 ‘거기가 어디냐’고 전화 문의를 많이 합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웨딩업체 ‘더 베일리 하우스’는 주소가 ‘영동대로’로 바뀌자 이런 혼란이 많아졌다고 했다. 또 다른 웨딩업체 관계자는 “결혼 당일 내비게이션이 새 주소를 인식하지 못해 하객들이 결국 인터넷에서 옛 주소를 확인하고 찾아오는 일이 많다”며 “당분간 청첩장에 새로운 주소와 옛 주소를 함께 적는 걸 추천한다”고 말했다.
도로명 주소엔 ‘동리(洞里)’가 명시돼 있지 않아 주민센터에 갈 일이 생겼을 때 어디로 가야 할지 알기 어렵다. 18일 강동구 둔촌동의 한 아파트로 이사할 예정인 예비 신부 이모 씨(29)는 “도로명 주소가 ‘진황도로’로 시작해서 어느 주민센터에 가서 전입신고를 해야 할지 몰라 인터넷에서 옛 주소로 검색해 알아냈다”고 말했다.
인터넷에 익숙지 않은 노인들은 새 주소를 알아내기가 더욱 힘겹다. 10일 서울중앙우체국을 찾은 권순정 씨(72·경기 화성시)는 “소포를 보내려고 했는데 새 도로명 주소를 몰라 딸에게 물어보고 간신히 알았다”며 “우리는 인터넷을 못해 혼자선 알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 대기업은 “대비했다”, 개인 기업은 “…”
개인 사업을 하는 영세 상인들은 여전히 도로명 주소가 어렵다는 반응이다. 서울 양천구 목동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박모 씨(56)는 “새 주소로 배달 주문을 받았을 때 도대체 어딘지 감이 오지 않아 옛 주소를 일일이 확인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용산구 일대에서 원룸의 이삿짐을 주로 날라 주는 최모 씨(39)는 “대형 택배 회사나 이삿짐센터는 옛 주소와 새 주소의 변환 시스템을 갖췄지만 우리 같은 개인사업자에겐 남의 얘기”라고 하소연했다. 한 개인택시 운전자는 “승객이 도로명 주소를 대면 아직 내비게이션이 인식하지 못해 대략 어디쯤인지 여러 번 확인하거나 손님들에게 인터넷으로 옛 주소를 알아봐 달라고 한다”고 말했다.
새 주소를 확인할 땐 ‘도로명 주소 안내 시스템(www.juso.go.kr)’을 통해 도로명 주소와 옛 지번 주소를 동시에 확인할 수 있다. 또 ‘주소찾아’라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아 활용할 수 있다. 또 인터넷에 익숙하지 않으면 도로명 주소 통합지원센터(1588-0061·평일 오전 9시∼오후 6시)로 전화하거나 서울의 경우 다산콜센터(02-120)에 문의하면 된다. 내비게이션은 내비게이션 내의 SD 카드를 컴퓨터와 연결해 제조사 홈페이지에서 업데이트해야 한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