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옥현 전 국정원 제1차장 한림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박근혜 정부는 출범 초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을 계승 발전시킨다는 원칙을 천명했으나 구체적인 복안을 밝힌 바 없다. 우리가 참고할 중요 정보자료는 미국 국가정보국장실(ODNI) 산하 국가정보위원회(NIC)의 ‘2030 글로벌 트렌드(global trend)’라는 예측 보고서다. 이 보고서는 “남북통일 문제는 2030년경 미중 간의 격렬한 논쟁 대상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국제적 역학관계의 영향이 크기 때문에 신중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나 ‘통일 대박론’ 이후 국내 언론에는 정제되지 않은 우리 의도와 전략이 고스란히 노출되고 있다. 예컨대, 중-러 지지 확보, 범부처 간 통일헌법 협의체 결성, 북한 급변 대비 한미 협의 채널 가동 및 중국 러시아 일본 참여 등으로 요약된다.
이제 다급한 것은 북핵 문제다. 북한은 제3차 핵실험을 통해 핵무기의 소형화 경량화 다종화를 달성했다고 주장한다. 2008년 12월 중단된 6자회담을 ‘죽은 회담’이라고 일축하면서 미국과의 핵군축 협상을 주장한 지 오래다. 북한은 10여 개 수준의 핵폭탄을 제조할 수 있는 고농축우라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미 양국이 ‘2·29합의 플러스알파’ 없이는 6자회담에 복귀할 수 없다고 ‘전략적 인내’ 원칙만을 외쳐댄들 무슨 소용이 있나. 언제든 4차 핵실험을 단행할 준비를 마친 북한이 이성적 협상 주체라고 생각한다면, 한미 양국은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는 것이다. 중국도 힘이 부친 지 오래다. 전문가들도 북한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데 동의하고 있음을 엄중하게 새겨들어야 한다.
박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했으니 다행이다. 더 늦기 전에 6자회담 명분론을 거둬들이고 미-북 비밀회담이라는 새로운 협상 틀을 가동해야 한다. 한중 양국은 별도로 막후 감독 역할을 맡는 등 투트랙 방안이다. 이란 핵협상, 미중 수교, 베트남 종전협상도 모두 미국이 주도한 비밀협상이었다. 통일이 ‘대박’이 되고 북핵이 ‘재앙’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대전략(grand design)’이 시급하다.
전옥현 전 국정원 제1차장 한림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