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살 꽃제비 1년간 촬영… 어느새 삼촌이 된 양승원 채널A PD
채널A 오늘 오후 9시 50분 방송
“원래 남한 생활은 초반 두 달 정도 찍을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우리집’의 마석훈 대표가 ‘최소 1년은 지켜봐야 탈북자 아이들의 현실을 제대로 볼 수 있다’고 하더군요. 그 말이 옳았죠.”
그 사이 신혁이는 많이 변했다. 100cm에 불과했던 키는 1년 새에 20cm 이상 컸고, 몸의 부기도 빠졌다. 몇 달 전까지 경찰관이 꿈이라고 말했던 아이는 이제 “평범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답한다. 양 PD는 “겉으로는 남한 아이와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여전히 낯선 사회에 적응하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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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혁이를 목말 태운 양승원 PD. 1일 방송되는 채널A ‘신년 특별기획, 신혁이’의 한 장면이다. 이 다큐멘터리를 위해 1년간 촬영한 분량이 5시간짜리 테이프 120개가 넘는다. 채널A 제공
“신혁이가 여전히 한글을 잘 못써요. 한글 공부 안 하겠다고 짜증을 내는데 왜 이렇게 속상한지…. 평소의 저라면 개의치 않고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을 텐데, 결국 촬영을 중단하고 아이를 어르고 달랬죠. 촬영하러 갔다가 하루 종일 아이와 놀다 온 날도 많아요.”
양 PD는 “신혁이와 만나면서 상처 받은 아이 한 명이 여러 사람을 변화시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했다. 그 자신 역시 많이 달라졌다.
“신혁이를 통해 탈북자 문제나 통일에 관심을 갖게 됐죠. 무엇보다 내가 챙겨주고 싶은 사람이 생긴 게 좋아요. 쇼핑을 할 때 자꾸 아이 옷이나 장난감에 눈이 가요. 물론 여자 친구는 좀 싫어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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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년 같은 밀착취재는 아니겠지만, 어른이 될 때까지 자라는 모습을 틈틈이 카메라에 담을 예정이에요. 언젠가 신혁이가 사춘기를 겪을 때 의지가 되는 삼촌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