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산업체가 함께 기획… 산업체가 필요한 인력양성
호주 기술고등교육기관(TAFE)인 시드니 울티모(Ultimo) 캠퍼스(왼쪽)와 민간 직업교육기관(RTO)인 멜버른 NECA 스킬센터의 교육 모습.
전문 직업교육기관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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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교육훈련은 크게 국가공인 공립기관인 기술고등교육기관(TAFE)과 등록된 민간교육기관(RTO·직업교육 및 훈련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국가적으로 공인된 4민간훈련기관)에서 담당한다. 대표적인 직업교육훈련기관인 TAFE는 각종 직업에 종사할 인력을 양성하고 직무능력을 향상시키는 일을 주로 담당한다. 호주 시드니에만 7개 캠퍼스에 5000여 명의 직원이 근무하며, 1년에 6만4000여 명이 700여 개 교육훈련과정에 참여한다.
정부와 산업체가 함께 해결책 찾아
호주 직업교육제도는 산업체가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특징을 보인다. 산업체들은 교육훈련과정 개발부터 TAFE와 같은 교육기관에 강사를 파견하는 일까지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호주는 어떻게 산업체의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었을까.
호주 직업교육제도를 총괄하는 멜리사 매퀸 산업부 국장은 “1970∼1980년대에 현재 직업교육시스템을 도입할 때부터 기업협의체들과 새로운 교육시스템을 어떻게 운영할지를 지속해서 협의하며 산업체의 요구사항을 반영하는 과정을 거쳤다”며 “숙련된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새로운 교육시스템이 필요한 당시 산업체들의 현실적인 필요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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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교육 내용과 산업현장이 필요로 하는 능력에 차이가 있어 신입사원들을 재교육하는 데 기업의 적잖은 비용이 투입되고, 중소기업들은 인력난을 호소하는 국내의 현실을 고려하면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점이 적잖다.
교육프로그램 정기적으로 최신화
호주는 직업교육을 받고 배출된 인력에 대한 산업체들의 만족도가 높다. 비결은 산업체가 직업교육훈련과정 개발에 직접 참여하는 것.
호주 직업교육의 특징은 산업체 주도로 진행된다는 점이다. 11개 산업협의체(ISC) 별로 124개 자격과 1180개 능력단위가 있다. 자격별로는 능력이 세분화되어 있다. 교육프로그램은 모듈화되어있어 새로운 기술과 내용이 지속해서 최신화된다. 예를 들어 자동차정비 분야라면 전통적인 자동차 정비 기술에 정보기술(IT)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면 기존 프로그램에 새로운 과정을 추가하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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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은 산업체 요구에 따라 조금씩 변형된다. 똑같은 교육과정을 이수하면 자격증이 발급되는 방식이 아니라 산업체 요구에 따라 융통성 있게 교육을 진행하는 것.
전기전자 분야 교육을 담당하는 민간 RTO 중 하나인 ‘NECA 스킬센터’의 데이비드 벤틀리 캠퍼스매니저는 “기본 교육과정은 같아도 산업체의 요구에 따라 맞춤형 교육이 진행된다. 산업체들의 만족도가 높은 이유”라고 말했다.
▼ “시스템 자리잡는 데 15년 이상 걸려” ▼
멜리사 매퀸 호주 산업부 국장 인터뷰
“호주도 처음부터 성공적으로 직업교육제도를 운영한 것은 아닙니다. 현재 제도를 도입한 지 20여 년이 지났지만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기 시작한 것은 5년 전부터였습니다.”
매퀸 국장은 새로운 직업교육시스템이 자리를 잡기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호주 정부는 직업교육제도를 도입하면서 기업협의체들과 끊임없이 협의하며 직업교육훈련의 질적인 완성도를 높였다.
매퀸 국장은 “호주직업능력품질원(Australian Skills Quality Authority·ASQA)과 훈련패키지자격 승인을 하는 NSSC(National Skills Standards Council) 등 별도의 기관을 운영하며 교육훈련의 질을 관리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산업체 경영인들이 호소하는 대표적 어려움은 대학 진학보다 현장을 선택한 학생들이 직무를 시작한 시점에 높지 않은 급여 때문에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아무리 좋은 직업교육시스템을 도입해도 근본적인 급여 수준의 차이가 메워지지 않는다면 NCS가 자리 잡기 어려울 것이라는 회의적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호주는 기술직에 종사하는 사람과 사무직에 종사하는 사람의 급여에 일부 전문직을 제외하면 큰 차이가 없다.
매퀸 국장은 “한국 상황에 대한 답을 내놓기는 쉽지 않지만 직업교육을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관점에서 접근하기보다는 학생들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이를 통해 성공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쪽으로 접근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호주 직업교육제도에 대한 학부모들의 신뢰가 높아지기까지도 오랜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학생과 학부모에게 직업교육으로 성공한 이야기를 들려주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또 시스템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끊임없이 산업체와 수요자들의 필요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시드니=글·사진 이태윤 기자 wol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