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22일 일요일 맑음. ‘돌’ ‘아’ ‘와’.#88 Bon Jovi ‘Please Come Home for Christmas’(1992년)
록 밴드 ‘본 조비’. 보컬 존 본 조비(오른쪽에서 두 번째)는 잘생기기도 했다. 유니버설뮤직코리아 제공
그 ‘돌아와’는 내가 지하철을 타러 나가는 좁은 이면도로변 빈 점포 쇼윈도에 1년 내내 걸려 있었다. 창문에 얼굴을 내민 진열용 서가(書架)에, 내 기억이 맞다면, 마름모꼴 색지 세 장에 각각 손 글씨로 한 자씩 쓰여 있던. ‘돌’ ‘아’ ‘와’.
누구에게 왜 어디로 돌아오라는 건지 일언반구 설명이 없었다. ‘돌아와’를 빼면 아무것도 진열돼 있지 않은 그 점포가 그저 완전히 비어있는 것인지, 아니면 그 안에서 누군가가 이불을 머리끝까지 싸매고 정말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것인지 알아 맞혀 보라면 난 후자를 택했을 거다. 함께 알콩달콩 장사를 하던 연인. 어느 날 여자가 이별을 고하고 떠나자 남자는 장사를 접고 쇼윈도에 ‘돌아와’ 세 글자만 내건 뒤 단 한 명의 손님만을 영원히 기다린다…. 이게 지하철을 타러 가는 길에 ‘돌아와’를 스쳐가는 순간마다 펼친 내 상상의 전모다.
본 조비 버전에서는 존 본 조비의 허스키한 목소리가 노래의 절절함을 더한다. 국내외 인디음악의 괴상하고 실험적이며 위대한 성취를 찬탄하다가도 ‘조비 형’ 목소리의 대체불가능한 대중성에는 굴복할 수밖에 없다. 그의 목소리로 ‘아일 비 데어 포 유’나 ‘베드 오브 로지스’ ‘올웨이스’를 듣는 순간엔 나도 언제까지나 누군가를 대쪽 같은 절개로 기다리는 남자가 된다. 누가 됐든, 이제 그만 돌아와!
연말을 맞아 ‘돌아오라’면서 가슴을 쥐어짤 상대가 누가 있는지 아무리 생각해봐도 없다. 내게 필요한 사람은 전부 내 손 닿는 곳에 있다는 뜻일 거다. 이보다 더 행복한 크리스마스가 어딨나. 메리 크리스마스. 그리고 당신, ‘고’ ‘마’ ‘워’.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