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위기 극복 ‘비장의 카드’
현대그룹은 22일 이 같은 선제적 고강도 자구안으로 최근 시장에서 제기된 유동성 문제를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이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현대그룹의 사업 부문은 △해운(현대상선) △물류(현대로지스틱스) △산업기계(현대엘리베이터) △대북사업(현대아산) 등 4개로 축소된다.
현대그룹은 우선 현대증권과 현대자산운용, 현대저축은행을 특수목적회사(SPC)를 설립해 매각하기로 했다. SPC를 세워 금융계열사 자산을 이전한 뒤 세부적인 매각방식과 절차는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을 비롯한 금융권과 협의해 진행할 계획이다. 현대그룹은 금융계열사 매각으로 7000억∼1조 원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그룹은 자금 확보를 위해 현대상선의 외자 유치, 현대엘리베이터 유상증자, 현대로지스틱스 기업공개도 추진한다. 또 서울 중구 장충동 반얀트리호텔 매각, 현대상선과 현대아산 등 계열사 인력 및 사업 구조조정을 통해 3400억 원을 마련하기로 했다.
현대그룹은 이번 재무구조 개선을 통해 마련하는 자금 중 1조3000억 원을 부채 상환에 쓸 계획이다. 현대상선, 현대엘리베이터, 현대로지스틱스 등 계열사 3곳의 부채비율은 493%(9월 말 기준)에서 200% 후반대로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그룹은 부채를 상환하고도 2조 원가량의 자금을 보유하게 된다.
현대그룹은 올해 현대상선의 부산신항만 크레인 등 자산 매각과 유상증자, 사채 발행을 통해 1조 원 규모의 자금을 마련했다. 20일에는 현대상선이 컨테이너 박스 1만8097대를 매각해 563억 원을 조달했다. 하지만 해운업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산업은행 등 채권단으로부터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요구받아 왔다. 현재 현대그룹은 6000억 원 정도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자산 매각이 순조롭게 이뤄지면 유동성에 대한 우려는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그룹 핵심사업의 한 축인 금융 부문을 매각하는 고통이 크지만 이번 대책을 통해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고 핵심 부문에 역량을 집중해 더욱 단단한 기업으로 거듭나는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