흠집난 농산물로 틈새시장 개척… ‘파머스페이스’ 청년 창업자들
서호정 파머스페이스 대표(왼쪽에서 두 번째)와 직원들이 부산대 앞 카페 ‘열매가 맛있다’에서 과일들을 들어 보이고 있다. 이곳은 흠집이 나거나 작은 농산물로 만든 생과일주스를 싸게 팔아 인기를 얻고 있다. 부산=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13일 부산 금정구 부산대 앞 카페 ‘열매가 맛있다’에서 만난 서호정 파머스페이스 대표(32)는 박스에서 ‘못난이’ 과일들을 주섬주섬 꺼냈다. 곰보처럼 얽어 있는 것도 있고, 긴 흠집이 난 것도 있었지만 그의 눈에는 애정이 가득했다.
파머스페이스는 못난이 농산물이라는 틈새시장을 개척한 예비 사회적기업이다. 농가에서 애지중지 키운 농산물 중 도매업자가 외면한 것들을 사들여 온라인으로 싸게 팔거나 카페에서 주스 등으로 가공해 판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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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대표는 “일반 농산물이 소비자에게 1000원에 팔린다면 농가는 도매업자에게 넘길 때 300∼400원 받는 게 고작”이라며 “못난이 농산물은 그보다 싸게 사들이고 마진도 적게 붙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질 좋은 상품을 싸게 살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홈페이지 운영, 홍보, 마케팅까지 도맡아 하는 파머스페이스의 마진은 판매가의 15% 정도다.
파머스페이스는 올해 초 판로를 넓히기 위해 대학가에 카페 ‘열매가 맛있다’를 열었다. 못난이 상품을 가공한 100% 생과일주스를 경쟁업체의 절반 가격에 판매해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멜론을 통째로 파낸 뒤 과육과 아이스크림을 풍성하게 얹은 ‘멜론 빙수’는 대박을 터뜨렸다. 내년 초에는 부산에 ‘열매가 맛있다’ 2호점을 열 계획이다.
창업 2년 차인 파머스페이스는 올해 매출 3억 원을 바라볼 정도로 성장했지만 초기에는 실수도 많았다. 윤 팀장은 “처음엔 품질을 제대로 가려내지 못해 아파트 부녀회 시식행사 때 ‘왜 이런 걸 들고 왔느냐’며 핀잔을 듣기도 했고, 전문성이 부족해 농가에서 ‘먹어보고 사겠다’고 고집을 부리다 끌려 나간 적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들은 ‘농가와 소비자 모두에게 이익을 줄 수 있는 사업모델’이라는 생각으로 버텼다. 서 대표는 “B급 농산물 유통으로 유명한 일본의 메케몬 히로바 현장을 보고 확신이 들었다”며 “사업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각종 공모전에도 도전했다”고 말했다. 그러다 한 공모전을 통해 취지에 공감하는 투자자를 만났고 카페도 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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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