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원 정치부장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자신의 고모부이자 권력서열 2위였던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을 처형하면서 내세운 죄목을 빗대 시중에 나도는 우스갯소리다.
‘삐딱한 마음을 먹을 자유’조차 허락되지 않는 북한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판결문보다 충격적인 것은 “북한의 장성택 처형과 (남한의)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이 뭐가 다르냐”는 식으로 일갈한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인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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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문재인 의원도 자신의 북콘서트에서 “지난 1년간 박근혜 대통령 때문에 국민이 고통스러운 퇴행을 겪게 됐다.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으로 깨끗한 선거를 무너뜨렸다”며 지지자들의 분노를 한껏 끌어올렸다. 영화배우 출신으로 민주당 대표직무대행을 지낸 문성근 씨는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선거밖에 없다”면서 “그걸로 안 되면 ‘민란’으로 뚫어야 한다”는 말을 했다. 대선 때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던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는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근혜와 새누리 권력, 나라 운영 못하겠으면 사죄하고 내려와라, 이 시궁창 같은 자들아”라는 글을 올렸다.
이들은 지난 대선을 국가정보원의 불법 개입 때문에 ‘네다바이’당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더 큰 패인들은 민주당이 펴낸 300여 쪽이 넘는 대선평가서에 상세히 담겨 있다. 그중에서도 계파정치로 인한 당의 분열, 당에 대한 국민의 신뢰 저하 등은 지금도 여전히 문 의원과 민주당의 취약점으로 꼽힌다.
문 의원 자신도 최근 출간한 대선회고록 ‘1219 끝이 시작이다’에서 “우리가 민주화와 진보에 대한 자부심으로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 선을 그어 편을 가르거나 우월감을 갖지 않았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썼다.
이 말이 진심이라면 같은 당 양승조 의원이 박 대통령에 대해 ‘암살’ ‘선친의 전철 답습’ 운운했을 때, 장하나 의원의 ‘대선 불복’ 발언이 논란을 빚었을 때 문 의원이 나서 자제를 요청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400여 개 단체로 구성된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가 ‘민주회복’ ‘못 살겠다 갈아엎자’ 등의 팻말을 들고 서울 광화문 일대를 행진해도 잡혀가지 않는 것은 역설적으로 한국의 민주주의가 안녕하다는 점을 웅변하고 있음을 야권은 정말 모르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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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원 정치부장 sw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