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그룹내 카드지분 대거 매입… 금융사 지배 ‘중간 지주사’ 설립 나설듯

생명의 카드지분 30% 넘어서… 회사측 “근거없는 이야기” 부인

삼성생명이 삼성그룹 내에 흩어져 있던 삼성카드 지분을 대거 사들였다. 그룹 내 금융계열사 간 지분 교통정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평가와 함께, 삼성생명이 그룹 내 금융회사들을 지배하는 ‘중간 금융지주회사’ 설립 준비에 나섰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삼성생명은 “근거 없는 이야기”라고 부인했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13일 삼성전기, 삼성물산, 삼성중공업이 보유한 삼성카드 지분 5.81%(739만6968주)를 사들였다. 종전 28.02%였던 삼성생명의 삼성카드 지분은 34.41%로 높아졌다. 삼성카드 지분이 37.45%인 삼성전자에 이어 2대 주주다.

업계에서는 삼성생명의 삼성카드 지분이 30%를 넘긴 것에 주목한다.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르면 상장회사의 지분이 30%를 초과할 때 이 회사를 자회사로 편입시켜야 한다. 삼성그룹이 에버랜드를 지주회사의 맨 꼭대기에 두고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한 중간 금융지주회사를 만들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는 의미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중간 금융지주회사 설치는 대통령 공약 사항이기도 한데, 현재 이를 의무화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국회 정무위원회에 상정된 상태다. 현행 공정거래법에서 금지하는 지주회사의 금융 자회사 보유를 허용하되, 자회사인 금융회사가 일정 규모 이상일 때 중간 지주회사 설치를 강제한 제도다. 금산분리 완화를 하되 대기업의 금융 계열사와 비금융 계열사의 칸막이를 치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삼성생명이 2011년부터 꾸준히 자사주 매입을 늘려온 것도 지주회사 전환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삼성카드 지분 매수에 대해 삼성생명 관계자는 “단순히 계열사 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로 지주회사 전환을 준비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삼성엔지니어링과의 합병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진 삼성물산의 경우 실탄 확보를 위해 삼성카드 주식을 처분하려 했고, 삼성생명은 투자 목적으로 삼성카드 주식을 사들였다는 것. 13일 삼성물산은 삼성엔지니어링 지분 5.09%를 취득했다.

또 삼성생명이 지주회사가 되려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을 팔아야 하는데 이는 실현 가능성이 크지 않다. 현재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전체의 7.3% 정도로 약 10조 원어치에 이른다. 삼성생명 측은 자사주 매입을 늘린 것도 낮은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서일 뿐 다른 목적은 없다고 설명했다.

한우신 hanwshin@donga.com·이상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