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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형모의 아이 러브 스테이지] 공연계 ‘초록색’ 열풍…옥파바? 박파바? 고민되네

입력 | 2013-12-13 07:00:00

동화 ‘오즈의 마법사’를 유쾌하게 비튼 브로드웨이 라이선스 뮤지컬 ‘위키드’가 연말 공연계에 ‘초록빛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마법사를 만나기 위해 에메랄드시티에 도착한 ‘엘파바’(오른쪽 옥주현)와 ‘글린다’(김보경)가 앙상블 배우들과 펼치는 위키드의 명장면. 사진제공|설앤컴퍼니


■ 뮤지컬 ‘위키드’

옥주연·박혜나, 다른 느낌의 ‘엘파바’ 연기
착한 마녀 ‘글린다’엔 정선아·김보경 맡아
개성 강해 캐스팅마다 골라보는 재미 쏠쏠


디셈버, 고스트, 맨오브라만차, 카르멘, 벽을뚫는남자, 베르테르, 삼총사, 아가씨와건달들, 맘마미아 내한공연…. 공연계 최고 대목인 12월은 뮤지컬 대작들의 각축장이다. 매년 되풀이되는 연례행사지만 올해는 유독 치열한 객석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

연말 대작전쟁 중에서도 위키드는 발군의 ‘초록빛’을 반짝반짝 빛내고 있다. 11일 오후 기준으로 인터파크 뮤지컬 예매부문에서 당당히 1위에 랭크 중이다. 두 명의 마녀가 벌이는 애정과 도피행각을 보기 위해 관객들이 기꺼이 지갑을 열고 있는 것이다. 진짜 마녀들의 마법같은 결과다.

● 디테일 강한 ‘옥파바’ vs 편한 느낌의 ‘박파바’

라이먼 프랭크 바움의 동화 ‘오즈의 마법사’를 새롭게 해석하고 요리조리 비튼 ‘위키드’는 그레고리 맥과이어가 1990년에 쓴 동명의 베스트셀러가 원작이다. ‘초록마녀는 원래 나쁜 사람이 아니었대’, ‘착한 금발마녀가 사실 허영덩어리 왕재수 소녀였다고?’, ‘두뇌가 없는 허수아비, 심장이 없는 양철나무꾼, 겁쟁이 사자의 탄생비화’ 등 작가는 재기발랄한 상상력을 동원해 도로시가 오즈에 등장하기 전의 이야기를 피워낸다.

이런 작품은 캐스팅마다 ‘골라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개성이 강하다 보니 배우들의 기량과 스타일에 따라 다채로운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초록마녀 ‘엘파바’는 옥주현과 박혜나가 맡았다. 얼굴과 팔을 온통 초록색으로 칠한 두 사람은 무대 위에서 언뜻 쌍둥이 파충류처럼 비슷해 보이지만 (당연하게도) 매우 다른 ‘엘파바’를 보여준다.

옥주현의 ‘엘파바’는 디테일에 강한 느낌이다. 캐릭터 분석에 공을 들이기로 소문난 ‘학구파’ 옥주현은 대본에 나와 있지 않은 부분까지 세밀하게 인물을 그려나간다. 큰 작품에서 주인공으로 출연한 경험이 많은 만큼 관객이 ‘어떤 장면에서, 어떤 부분에 꽂히는지’를 영리하게 읽고 있다. 후반부 ‘피에로’를 잃고 슬픔에 잠기는 장면은 ‘노래하는 옥주현’이 아닌 ‘연기하는 옥주현’의 경지를 엿보게 한다.

박혜나의 ‘엘파바’는 반면 조금 더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다. ‘위키드’ 수준의 대작은 첫 주연이지만 그 동안 쌓아온 내공은 결코 가볍지 않다. 특히 노래는 ‘나는가수다’ 출신 옥주현에게조차 꿀리지 않을 정도다.

착한마녀 ‘글린다’는 정선아와 김보경이다. 허영덩어리에 왕재수지만 애교의 결정체 ‘글린다’는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다. 정선아의 ‘글린다’는 흠 잡을 데 없이 완벽하다. ‘아이다’의 ‘암네리스’ 공주에서 보여주었던 ‘작살애교’가 ‘위키드’에서 한층 업그레이드되었다. 심지어 파티장에서 ‘엘파바’와 함께 보여주는 어색댄스 장면에서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듯한 ‘글린다’의 내면적 깊음마저 퍼 올린다. 옥주현 ‘엘파바’와의 조합이 최고의 빛을 발하는 명장면이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트위터 @ranbi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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