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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새샘 기자의 고양이끼고 드라마]죽은 줄 알았던 셜록이 돌아온다

입력 | 2013-12-11 03:00:00

2014년 1월 1일 ‘셜록’ 시즌3 시작




2년 만에 시즌3로 돌아오는 영국 BBC 드라마 ‘셜록’. BBC 방송화면 촬영

2014년 1월 1일. 대부분 사람들에겐 새해의 시작이겠지만 셜로키언(‘셜록’의 팬)들에게는 또 다른 의미가 있는 날이다. BBC ‘셜록’의 3번째 시즌 첫 에피소드가 방영되는 날이다! 2012년 1월 시즌2가 나왔으니 2년 만이다.

지난달 29일 셜록의 각본가이자 극 중 셜록 홈스의 형 마이크로프트로 출연하는 마크 게이티스는 트위터에 “친지와 가족들이 ‘살아있는 추억’과 함께 그리워하는 컨설팅 탐정 셜록 홈스, 2014년 1월 1일!”이라고 올렸다. 방영 날짜를 슬쩍 흘리면서 지난 시즌 막바지에 건물에서 뛰어내려 자살했던 셜록이 실은 살아있다는 사실까지 상기시킨 것이다. 동시에 런던에선 ‘셜록 01 01 14’라고 적은 빈 영구차가 시내를 돌아다니는 장면이 목격됐다. 시즌3 첫 에피소드 제목이 ‘빈 영구차’라는 점을 빗댄 이벤트였다.

떠들썩한 제작발표회나 예고편 대신에 트위터와 빈 영구차로 방영일을 알리는 방식은 고전 탐정소설 ‘셜록 홈스’를 블로그와 스마트폰을 쓰는 21세기 탐정으로 되살린 ‘셜록’ 제작진다운 선택이었다. 19세기에 창조된 가상인물일 뿐인 셜록이 마치 지금 현재 런던의 베이커 스트리트 221B에 살고 있는 것처럼 눙치는 솜씨가 일품이다.

제작진은 시즌1부터 셜록이 실재 인물로 보이도록 정성을 기울였다. 셜록과 왓슨이 극 중 운영하는 블로그는 실제로 존재한다. 셜록의 블로그 ‘추론의 과학’엔 “제발 재미있는 사건만 상담해 달라”는 셜록다운 주문이 떡하니 걸려 있다. 시즌1에서 상담사에게 개인 블로그를 운영해보라는 조언을 받았던 왓슨의 블로그도 재미있다. 최근 업데이트된 글엔 셜록이 죽었다는 사실에 혼란스러워하는 왓슨의 심경이 적혀 있고, 극 중 등장인물이 셜록을 애도하고 왓슨을 위로하는 댓글이 달려 있다. 시즌1에서 살해당한 방송 진행자 코니 프린스의 블로그에는 ‘프린스 양이 세상을 떠나 더이상 새 회원은 받지 않는다’는 공지가 떠 있다.

시즌마다 달랑 3편만 방영하면서도 셜록이 잊히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듯하다. 시즌이 쉬는 동안에도 팬들은 블로그와 트위터를 지켜보며 마치 자기도 드라마 속 등장인물인 것처럼 댓글을 달고 글을 남긴다. 수수께끼처럼 올라오는 셜록과 왓슨의 글을 보며 다음 시즌의 향방을 ‘추론’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셜록은 성탄절에 특별 미니 에피소드를 공개하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다. 아직 못 본 사람들은 시즌1부터 시작하기 딱 좋은 때다. 이렇게 빠져들다 보면 셜록과 왓슨의 블로그를 뒤지며 한 해를 마무리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