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연말 인사시즌… 수익성 악화에 임원 자리 대규모 축소 움직임
우리은행을 시작으로 국내 은행권이 연말 인사에 돌입했다. 올해는 은행장의 임기가 연말이나 연초에 몰린 곳이 많아 연쇄적으로 인사 태풍에 휩쓸릴 가능성이 높다. ‘은행의 별’이라고 불리는 은행 임원들의 불안감은 어느 때보다 크다. 은행들이 점포 구조조정 등 조직 슬림화를 단행하면서 임원 수가 2006년 수준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 0.34%의 좁은 문
1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은행 임원 수는 397명으로 지난해 6월(537명)보다 26% 감소했다. 이는 2006년 6월 말(328명) 이후 가장 적은 수다. 반면 일반 직원은 지난해 9만8160명에서 올해 10만944명으로 4.2% 증가했다. 이에 따라 전체 직원 중 임원 비율은 0.34%로 지난해 말(0.47%)보다 0.13%포인트 하락했다. 실적이 나빠진 은행들이 경영 효율화를 위해 조직을 통폐합하며 임원 수를 크게 줄였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 수익성이 나빠져 직원 인건비를 최대한 줄여야 하는데 정부와 노조 눈치를 보느라 일반 직원 일자리는 쉽사리 줄일 수 없다”며 “대신 임원 수를 줄여 비용을 절감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연말 승진 잔치는 없다”
9일 시중은행 중 가장 먼저 연말 임원 인사를 단행한 우리은행은 올해 임기가 끝나는 6명의 부행장을 전원 유임시켰다. 일부 교체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내년 민영화를 앞두고 조직 안정화를 중시하겠다는 이순우 우리은행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다른 은행들의 사정은 다르다. 지주 회장과 은행장 등 최고경영자(CEO) 인사와 맞물려 연쇄 이동 가능성이 높고 실적 악화와 각종 금융 사고에 따른 문책성 인사가 단행될 가능성도 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보통 연말 직전에 인사가 났었는데 올해는 조직 개편안 발표에 이어 바로 인사가 날 가능성이 있다”며 “실적이 부진한 임원 몇몇이 교체될 가능성도 있어 ‘승진 잔치’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NH농협은행은 부행장 8명 중 4명의 임기가 내년 3월까지다. 임기 만료일까지 가지 않고 교체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연말에 지역본부장 인사가 있는데 여기에서 승진 사례가 나올 경우 현 부행장 중 일부는 교체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영업통’ 약진, 여성 발탁 가능성
이번 연말 인사에서는 어려운 영업 여건을 반영해 현장에서 잔뼈가 굵고 실력이 검증된 영업통들이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리스크 관리가 중요해진 만큼 리스크나 전략 분야 임원이 중용될 가능성도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경영 환경이 불투명하고 수익성이 악화되는 등 영업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 임원 인사에서도 이 같은 분위기가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수정 crystal@donga.com·박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