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영, 함께-속해-있다, 2013년
정보영은 보이지는 않지만 느낌으로 더욱 확실하게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들을 그리는 예술가 중의 한 사람이다.
화면 속에서 여러 개의 양초가 타고 있다. 그런데 양초의 길이, 불꽃의 크기와 방향, 촛농이 흘러내린 형태가 제각기 다르다. 게다가 어둠을 밝히는 용도의 촛불이 아니다. 태양빛 속에서도 스스로 태우기를 멈추지 않는 촛불이다. 작가는 왜 양초가 녹아내리는 과정을 단계별로 그린 것일까?
‘하나의 불꽃 속에 세계가 살아있는 것이 아닌가? 불꽃은 하나의 생명을 갖는 것이 아닌가? 그것은 어떤 내적 존재의 눈에 보이는 징표이며 숨어있는 힘의 징표가 아닌가? … 그러므로 불꽃의 몽상가가 불꽃에 대해 말한다면 그는 자신에 대해 말하는 것이고 그는 시인인 것이다.’
왜 예술가의 눈에는 보이는 것들이 보통 사람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걸까? 우리는 관심을 갖고 보려고 하지 않는 데다 그럴 의지도 없기 때문이다.
이명옥 한국사립미술관 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