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투자이민제 이후 들썩이는 제주 - 부산
4일 오후 제주 제주시 연동 ‘바오젠거리’ 모습. 길이 450m 정도의 이 거리는 중국인들이 몰려들면서 제주 속의 중국이 됐다. 제주=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한국 부동산 시장에 부는 중국 자본 바람이 거세다. 특히 부동산 투자이민제가 도입된 데다 중국 관광객이 많이 찾는 제주와 부산에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진다. 중국의 대형 투자개발회사와 건설사들이 직접 제주와 부산 지역의 대규모 리조트나 관광시설 개발에 속속 뛰어들고 있으며 중국의 ‘큰손’ 투자자들은 이런 휴양시설의 분양 고객이 되고 있다.
9일 제주시 등에 따르면 제주에는 9개 중국 기업이 투자 개발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총면적 180만9000m², 사업규모 3조349억 원에 달한다. 이들 기업은 대부분 중국인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 실제로 2010년 부동산 투자이민제 도입 이후 제주에 위치한 휴양시설을 분양받아 F-2비자를 발급받은 중국인도 437명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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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만난 중국인 후오이린 씨(44·상하이)는 “우연히 제주 리조트 분양 소식을 들어 휴가 겸 제주도도 둘러보려고 이곳을 찾았다”며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환경이라 투자가치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김현옥 부국공인중개사 대표는 “중국인들이 연동에 몰려들자 대지 210m² 3층짜리 상가가 3년 새 6억 원에서 18억 원으로 3배로 뛰었다”고 말했다.
부산도 중국 자본의 상륙이 시작됐다. 대표적인 곳이 올 5월부터 부동산 투자이민제가 적용된 최고 101층 규모의 복합리조트 ‘해운대관광리조트 엘시티’다. 이곳에는 2018년까지 해운대해수욕장 바로 앞 6만6000여 m²의 터에 호텔과 워터파크, 쇼핑몰, 아파트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이 가운데 장기체류형 호텔 561실이 모두 중국인에게 분양될 계획이다. 1실당 분양가가 20억 원을 웃돌지만 이미 투자 의사를 비친 중국인만 800명을 넘는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부산의 핵심 관광인프라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중국 최대 건설사인 ‘중국국가건설엔지니어링공사(CSCEC)’가 시공을 맡으면서 중국 투자자들의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시행사인 엘시티의 이광용 본부장은 “현재 상하이에 마련한 홍보관에 하루에 30팀이 넘게 방문하고 있다”며 “6개월 안에 1조 원을 유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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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성규 한국건설연구원 연구위원은 “그동안 중국과의 교역 및 인적 교류가 급증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부동산 시장에도 중국 자본 진출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며 “중국 자본이 단기 투기성 자본인지, 장기 투자 자본인지를 검토하고 지자체에서 조례를 만들 때 지나치게 벽을 허물어 부작용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부동산투자이민제 ::
외국인이 국내 호텔 콘도 별장 펜션 등 휴양시설에 일정 금액 이상을 투자하면 경제활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거주비자(F-2)를 주고, 5년 뒤 영주권(F-5)을 부여하는 제도다. 외국인 투자를 늘려 지역경제 및 부동산 시장을 활성화하자는 취지에서 2010년 2월 제주를 시작으로 강원 평창, 전남 여수, 인천 영종지구, 부산 등에서 순차적으로 도입했다.
서귀포=김준일 jikim@donga.com / 정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