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일방적인 방공식별구역 선포에 대해 미국은 군사적 충돌보다는 합리적인 조정안을 만들어 지역 질서를 유지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은 일본 방문을 마치고 어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방공식별구역 문제를 논의했지만 성명은 내놓지 않았다.
바이든 부통령은 3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회담에서 “긴장이 고조되는 위험을 줄이기 위해 일본과 중국 간의 위기관리 메커니즘, 커뮤니케이션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채널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선포 직후 B-52 폭격기를 출격시키고 핵 항공모함 조지워싱턴, 니미츠호를 남중국해로 보내며 실력행사에 나섰던 데 비해서는 후퇴한 듯하다. 미국은 중국에 대해 방공식별구역 ‘철회’란 표현도 공개적으로 사용하지 않고 있다.
미국이 지역의 안정을 위해 적절한 타협점을 찾는 것에 반대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미국이 방공식별구역 문제를 중국과 일본 사이의 갈등으로 보면서 한국을 소홀히 하는 듯한 태도는 걱정스럽다. 일본 방문 중 바이든 부통령은 중국의 방공식별구역이 한국의 관할권 아래에 있는 이어도 상공을 침해한 사실이나 일본의 방공식별구역이 우리의 홍도와 마라도 일부와 중첩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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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거쳐 한국에 오는 바이든 부통령에게 이 문제의 중요성을 충분히 설명하고 주변국에 대한 통보절차를 거친다면 방공식별구역 확대는 국제법으로도 절차상 하자가 없을 것이다. 중국의 ADIZ 선포를 둘러싼 강대국 간 갈등을 지켜보며 국익 수호를 위해서는 힘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절실히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