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나 남편, 그도 아니면 아이의 생일이라도 맞은 걸까? 그런데 웬걸, 여인이 차리는 생일상의 주인은 바로 자기 자신이다. 그런데 자축 생일상을 보고 있는 이 여인의 뒷모습이 그리 쓸쓸해 뵈지만은 않는 것은 왜일까?
노부모를 모시고 있는 시인이 생일을 하루 앞둔 어느 날 저녁, 다음 날 아침에 먹을 자기 생일상을 손수 준비하다가 든 생각이 시가 되었다. 시인은 “온 가족이 함께 먹을 미역국을 끓이고 있자니 ‘뽀얀 미역국이 끓고 있는 바로 지금이 기적의 순간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남들이 ‘일상’이라 부르는 밥이 익고 국이 우러나는 시간에 ‘기적’이라는 이름을 부여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했다. 자신의 생일상을 차리다 보면 서글퍼지지 않느냐는 질문에 시인은 “내게는 슬픔 또한 삶이 주는 통과의례에 가깝다. 슬픔은 벗어나야 하는 것이 아니라 잘 겪어내야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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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청 시인은 문효치의 시집 ‘별박이자나방’(서정시학)을 추천하며 “벌레나 나비, 풀꽃, 새와 같은 사소한 것들을 호명해 당당한 존재의 자리에 바로 세운다”고 했다. 김요일 시인은 원주 치악산 산골에서 흙집을 짓고 산다는 정용주의 시집 ‘그렇게 될 것은 그렇게 된다’(시인동네)를 추천했다. 그는 이 시집에 대해 “고독이 빚어낸 아름다움의 결정체다. 치유할 수 없는 참혹한 상처를 오로지 시로 견디며 스스로 제 고독을 완성시켰다”고 평했다.
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