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키아에서 야심 차게 내놓은 스마트폰 ‘루미아 1020’의 동영상 광고. 의미 없는 한국어 자막이 함께 나온다.
‘TAEKFOTO’라는 읽기도 어려운 정체불명의 영문 대문자가 제목처럼 지나가고 민머리의 도복을 입은 무술인(이름은 REZ-TU-LO라고 나온다)이 가상의 무술을 가르쳐주는 화면이 등장한다. 젊은 남자의 외모는 중국인으로 추정된다. 검은색 복장도 중국 전통의상이다.
남자는 “사진 찍을 때 앞줄을 차지하는 기술을 가르쳐 주겠다”며 언뜻 일본어처럼 들리는 ‘아도겐!’을 기합 소리처럼 외친다. 이어 계속 우스꽝스러운 무술을 보여주면서 주변에 둘러서 있던 사람들을 제친다. 다음 장면에는 영어로 ‘Why fight for the perfect shot(왜 완벽한 사진장면을 위해 싸우세요)?’이란 자막이 나오며 노키아 스마트폰 제품이 등장한다. 아마도 타사 스마트폰 카메라는 피사체를 잘 찍으려면 맨 앞줄을 차지하기 위해 무술이라도(?) 해야 하지만 자사 제품은 “멀리서도 줌 기능으로 선명하게 잘 찍힌다”는 메시지를 담으려 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광고가 전하는 메시지는 고사하고 내용 자체도 불편하다는 의견이 많다.
우선 제목 ‘TAEKFOTO’부터 거슬린다. ‘Take photo’(사진 찍다)를 대문자로 크게 쓴 것으로 추정되지만 한국 소비자들 중에는 “혹시 태권도 앞 글자를 따서 한국을 비아냥거린 것 아니냐”고 분노하는 사람이 많다. 자막도 거슬리기는 마찬가지. 한국 소비자들을 겨냥했으면서도 맞춤법, 띄어쓰기는 물론이고 내용도 이상하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그것은이상한그 아기 고양이 너무토마토를 갖는 종료 합법’ ‘내 모자에 빨간색과 보라색’ ‘당신은케첩을 원하는 않습니다’에서부터 ‘할머니 때문에 내 바나나의 고통에’ 같은 민망한 느낌을 주는 대사도 있다.
이렇다 보니 ‘한국 문화와 아시아 전체에 대한 몰이해가 이 광고 한 편에 다 드러난다’ ‘자막이 엉망인데 글로벌 회사라는 곳이 인터넷 공짜 번역기를 돌려서 광고를 만든 거냐’ ‘보는 중국, 일본, 한국인 모두 기분이 상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결국 1990년대 휴대전화 1등이었던 노키아가 왜 망했는지 이제야 알겠다’는 댓글들로 이어진다.
주지하다시피 노키아는 점유율이 점점 떨어지다가 최근 약 73억 달러를 받고 휴대전화 부문을 마이크로소프트에 넘기기로 결정해 정보통신업계에 충격을 줬다. 1995년 한국 시장에 진출해 서울의 연구개발(R&D)센터와 경남 창원시 마산 생산 공장이 있었는데 지금은 마산 공장만 남아 수출용 단말기를 생산하고 있다.
노지현 오피니언팀 기자 isityo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