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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김순덕]네이버의 ‘셀프 시정’ 카드

입력 | 2013-11-27 03:00:00


컴퓨터 수리업체인 ‘컴닥터119’는 22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그런데 네이버에 ‘컴닥터’를 검색하면 ‘짝퉁’ 컴닥터가 주르륵 뜬다. 네이버가 컴닥터를 키워드 광고 단어로 분류해 팔았기 때문이다. “특허청 상표등록증을 근거로 네이버에 항의해도 소용없었다”고 이병승 대표는 7월 말 새누리당 간담회에서 분통을 터뜨렸다. 네이버를 운영하는 NHN 측은 처음 듣는다며 “협력업체들과 상생협의체를 만들고 1000억 원의 지원자금을 내놓겠다”고 일주일 만에 상생 방안을 내놨다.

▷“그 정도로는 부족하다.”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은 이틀 만에 고개를 저었다. 5월부터 네이버의 불공정행위 혐의를 조사하고 있다며 면죄부를 사려는 건 근본적 대책이 아니라고 했다. 그런데 네이버가 지난주 ‘동의의결’을 신청했다. ‘셀프 시정’을 하면 과징금 등 처벌을 피할 수 있는 새로운 제도를 이용하겠다는 거다.

▷공정위가 8월 ‘구글의 행위에 대한 해외 경쟁당국의 법집행 동향’ 보고서를 왜 내놨는지 지금 돌아보면 의미심장하다. 구글이 콘텐츠 도용 및 광고 플랫폼 이용 제한과 관련해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의 조사를 받았으나 ‘자진 시정방안’을 통해 해결됐다고 소개됐다. 그러나 그건 2007년 일이다. 2012년 구글이 사파리 사용자 정보를 광고로 이용해 FTC에 2250만 달러 과징금을 물었고, 2011년엔 불법 약품 광고로 미 법무부에 5억 달러의 과징금을 낸 사실은 한마디도 없다. 네이버에는 ‘정답’을 미리 알려주되 국민에게는 의도적 생략을 통해 진실을 왜곡하는 전략 같다.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은 그제 일본 도쿄에서 열린 네이버 라인 가입자 3억 명 돌파 행사장에 깜짝 등장해 “기업들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적어도 정부의 역차별은 없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맞는 말이다. 네이버가 없었다면 인터넷세상은 구글이 장악했을지 모를 일이다. 하지만 또 누가 아는가. 네이버 아닌 다른 국내 기업이 떠올랐을지. 자칫 솜방망이가 될 수도 있는 ‘동의의결’ 개시 여부는 오늘 결정된다.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