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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리뷰]간만에 기획으로 승부 건 콘서트… 젊은 클래식 연주자들은 빛났다

입력 | 2013-11-26 03:00:00

8인의 피아니스트 ★★★☆




23일 ‘8인의 피아니스트’ 프리뷰 콘서트에서 호흡을 맞춘 피아니스트 윤홍천(왼쪽)과 김규연. 사진작가 신동혁 씨 제공

일본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한 우리 클래식 공연계에서 기획으로 승부를 걸어 히트 상품이 된 젊은 클래식 연주자 그룹 ‘앙상블 디토’. 하지만 디토를 벗어나면 생각나는 이름이 없다. 공연장과 기획사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클래식을 상품으로 만들기에 게을리한 탓이다.

23일 서울 예술의 전당 IBK챔버홀에서는 ‘8인의 피아니스트’ 프리뷰 콘서트가 열렸다. 공연기획사 스톰프와 젊은 피아니스트 윤홍천(31)이 음악감독으로 만나 의기투합한 ‘음악 상품’이 처음으로 공개된 것.

두 대의 피아노 혹은 네 손을 위한 피아노 작품은 작곡가에게 메인 레퍼토리가 될 수 없다. 편곡을 하지 않는 한 태생적인 한계가 드러난다. 윤홍천은 정공법을 택했다. 김규연(28)이 주선율을 담당하고 윤홍천이 저음역을 책임진 바흐의 ‘토카타와 푸가’가 육중한 울림으로 객석 구석구석까지 전해졌다.

젊은 거장 두 명이 합세하니 화음은 더욱 풍부했고 푸가의 질서는 자로 잰 듯 정연해졌다. 브람스의 두 곡을 연이어 배치한 것은 과욕으로 비쳐졌다. 아무리 변주곡이라 해도 브람스의 굳건한 성을 비켜 가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함께 충분한 사색과 리허설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에서 브람스는 무리였다.

오히려 후반부 선곡은 좋았다. 차이콥스키의 ‘호두까기 인형’ 모음곡은 8인의 피아니스트 가운데 막내인 박종해의 톡톡 튀는 해석이 돋보였다. 진중한 연주자 박진우도 탁월했다. 라흐마니노프의 모음곡 중 ‘로망스’에서는 작곡가의 작품 어디에나 등장하는 러시아 정교회의 종소리가 처연하게 들려왔다.

기획은 프로그램으로 승부가 갈린다. 이제 첫 삽을 떴다. ‘8인의 피아니스트’가 디토만큼의 성장을 하려면 작품 선정은 물론 스토리텔링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세세히 신경 써야 한다. 클래식뿐 아니라 대중음악의 편곡까지도 과감히 시도하는 모험도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30일 갈라 콘서트는 좋은 예감으로 다가온다.

유혁준 음악칼럼니스트 poetandlove@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