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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권순활]현대건설 해외공사 1000억 달러

입력 | 2013-11-26 03:00:00


현대건설은 1965년 11월 태국의 빠따니∼나라티왓을 잇는 고속도로 건설공사를 540만 달러에 수주했다. 한국 건설회사가 외국 기업의 하도급 공사가 아닌 ‘메이저 플레이어’로 해외공사를 따낸 첫 사례였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정주영 현대건설 사장을 격려한 뒤 총리와 장관들에게도 현대건설의 태국 진출을 범정부 차원에서 지원하라고 특별 지시했다.

▷1965년 12월 착공해 1968년 2월 끝난 태국 공사는 악전고투의 연속이었다. 걸핏하면 내리는 폭우로 기껏 해놓은 공사가 물거품이 되기 일쑤였고 자재비도 예상을 웃돌았다. 큰 손실을 보고 돌아온 정주영에게 박정희는 “정 사장, 이번에 태국의 도로공사에서 손해를 많이 봤다죠?”라고 위로했다. 정주영은 “각하, 대신 좋은 경험을 얻었습니다. 앞으로는 이 경험을 토대로 해외공사를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라고 답했다.

▷현대건설이 최근 중남미에서 14억 달러의 대형 정유공장 건설공사를 수주해 국내 건설사 최초로 해외공사 누적 수주액 1000억 달러를 돌파했다. 48년 전 첫 해외진출의 뼈아픈 경험은 1970년대 이후 중동 동남아 등에서 약진하며 위상을 높이는 데 보약이 됐다. 현대건설이 2001년 자금난으로 채권단 관리로 넘어갔다가 2011년 정몽구 회장의 현대자동차그룹에 다시 돌아간 뒤 2년여 만에 맞는 경사(慶事)여서 감회가 더 새로울 것이다.

▷민관(民官) 전문가들이 함께 참여해 2010년 발간한 ‘한국경제 60년사’는 “해외건설 수주와 건설인력 송출에 따른 외화 가득은 국제수지 개선에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특히 1970년대 두 차례 석유 파동이 초래한 경제위기 극복에 결정적 역할을 담당했다”고 평가했다. 과거 해외건설은 선진국보다 낮은 인건비와 근로자의 근면성에 바탕을 둔 토목공사 위주였지만 요즘은 기술 경쟁력이 뒷받침된 고부가가치의 대규모 플랜트 공사로 바뀌었다. 세계 곳곳의 오지에서 땀을 흘리며 조국의 경제 발전에 기여한 건설 역군들의 노고를 밑거름으로 삼은 값진 성취다.

권순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