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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盧 정부, 전자정부 설계도 가져다 뭘 했는지 궁금하다

입력 | 2013-11-13 03:00:00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임기 말 청와대가 국가 전자정부시스템의 설계도를 가져갔다가 새 정부 출범 후 돌려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노무현재단은 참여정부 역점사업의 진척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전자정부사업 산출물을 외장하드로 제출받아 ‘참고’한 뒤 돌려줬다며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외장하드 속의 콘텐츠는 아무리 복사해도 접속한 기록조차 남지 않는다. 국가시스템의 ‘유전자 지도’라 할 수 있는 핵심 자료가 한동안 정부의 통제범위 밖에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중대한 보안 사고다.

노 전 대통령 측이 가져갔던 전자정부시스템 설계도에는 외교정보전용망, 국가재난관리정보시스템, 통합보안관제시스템, 전자투표시스템 등 정부 부처와 국회에서 쓰는 36개 주요 국가기간망이 포함돼 있다고 한다. 만일 제3자에게 넘어가 전자정부시스템의 보안에 구멍이 뚫린다면 큰 문제다. 보안업체 관계자는 “자료가 돌고 돌아 1%라도 불순세력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다면 국가 전자정부시스템 전체를 다시 구축해야 할 수도 있는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최악의 경우 정부통합전산센터를 해킹하거나 투표 결과 같은 주요 정보를 교란하는 이적(利敵)행위에 쓰일지도 모른다.

한국정보사회진흥원(현 한국정보화진흥원)이 2008년 1월 ‘전자정부 로드맵 과제 산출물’을 제출하라는 청와대 요청을 처음에는 거부한 것도 ‘국가 보안’ 때문이었다. 문재인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의 직인이 찍힌 공문을 다시 보내오자 진흥원은 외장하드에 넣어 보내라는 청와대의 요구에 따랐다. 어제 노무현재단은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관에 이관하지 않은 데 대해 “송구하다”고 밝혔다. 전자정부시스템 설계도를 가져가 ‘국가 재산을 사유화했다’는 비판에 대해서 사과하지 않은 것은 유감이다.

안전행정부는 이 자료가 외부로 유출됐을 경우를 상정해 36개 전자정부시스템이 사용하는 인터넷주소(IP)에 대해 전수 조사를 벌이고 5년 전과 같은 IP를 쓰고 있다면 변경하겠다며 후속 보안대책을 밝혔다. 그 정도로는 안심하기 어렵다. 노 전 대통령 측이 집요하게 이 자료를 요구하고 굳이 보안장치가 없는 외장하드로 제출하라고 한 이유는 무엇인지 밝혀내야 한다. 당국은 자료 반납 전 복사 여부, 사용 내용과 경위 등도 조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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