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안-앤디-붐도 조사… 연예인 불법 스포츠 도박 일파만파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 윤재필)는 사설 스포츠토토 사이트에서 거액의 베팅을 한 혐의로 인기그룹 ‘H.O.T’ 출신인 가수 토니안(본명 안승호·35) 씨와 ‘신화’ 앤디(본명 이선호·32), 방송인 붐(본명 이민호·31) 씨를 지난달 소환조사했다고 11일 밝혔다. 검찰은 최근 같은 혐의로 방송인 탁재훈 씨(45)를 소환한 데 이어 10일에는 개그맨 이수근 씨(38)를 조사하는 등 유명 연예인들을 잇따라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이들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도박에 참여하게 된 경위, 도박 횟수와 액수 등을 추궁했다.
안 씨 등은 영국 프리미어리그(EPL) 축구 경기의 승리팀을 예측해 문자메시지로 돈을 거는 이른바 ‘맞대기’ 방식으로 한 번에 수십만∼수백만 원씩 모두 수억 원의 돈을 걸고 도박한 혐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맞대기 도박은 승리 팀을 맞힐 경우 배당금을 지급받고 질 경우 베팅액을 운영자에게 송금하는 후불제 도박 형식. 검찰은 이들 외에도 스포츠 도박을 한 정황이 있는 연예인들을 추가로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수사 대상자로 거론되는 연예인은 가수와 개그맨 등 10여 명에 달한다. 검찰은 일각에서 거론되는 개그맨 정준하, 지석진, 가수 문희준 씨에 대해서는 “수사 대상이 아니다”라고 공식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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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취재팀이 11일 온라인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 현황을 취재한 결과 베팅액 제한, 성인 인증 같은 제약이 전혀 없이 도박에 참여할 수 있었다. 한 번에 많은 돈을 잃으면 일정 금액을 돌려주거나 매일 추첨을 통해 돈을 주는 등 온갖 방법을 동원해 도박으로 끌어들였다. 어느 곳에도 중독을 막을 수 있는 ‘브레이크’는 없었다.
‘24시간 실시간 스포츠 베팅, 가입 즉시 인센티브 제공.’
인터넷 개인방송사이트에서 영국 프리미어리그, 이종격투기 등 해외 스포츠를 즐겨 보는 이모 씨(29)는 동영상 옆의 대화창에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댓글을 통해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를 처음 접했다. 이 씨는 “한 경기가 진행되는 사이에도 수십 개의 스포츠 도박 홍보 글이 올라와 호기심으로 시작하게 됐다”며 “베팅 상품이 다양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베팅을 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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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명성 보장, 접근성 증가가 확산 원인
전문가들은 온라인 불법 스포츠 도박 확산의 주된 이유로 익명성을 꼽는다. 스포츠토토는 회원 가입자와 환급 계좌의 이름이 같아야 베팅에 참여할 수 있다. 하지만 불법 스포츠 도박은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없다.
전문가들은 “스포츠를 대상으로 하고 스마트폰으로도 쉽게 베팅에 참여할 수 있어 불법이라는 인식 없이 게임처럼 쉽게 빠질 위험이 크다”며 “스포츠 도박에 손댔다가 포커 바카라 등 다른 온라인 도박에 빠지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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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일 dong@donga.com·장선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