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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민 건축가 “뽁뽁이집은 다문화가정의 해피하우스”

입력 | 2013-11-04 03:00:00

30代 건축가 원유민씨 재능기부… 농어촌 저소득층에 새 보금자리
“최소 비용으로 큰 선물 보람”




원유민 JY아키텍츠 소장이 건축 자재인 에어캡(뽁뽁이)을 써 단열을 한 전남 보성군 벌교읍 다문화가정의 새 집 내부 모습. JY아키텍츠 제공

“집은 ‘행복을 주는 공간’입니다. 최소한의 비용으로 큰 행복을 선물하고 싶었어요.”

원유민 JY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 소장(32·사진)은 농어촌 소외계층 아동들에게 새 보금자리를 설계해 주는 재능 기부를 하고 있다. 그는 “집의 개념이 금전적 투자가 아닌 즐거움을 주는 문화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

그의 소외계층을 위한 건축 나눔은 쉼 없이 계속돼 왔다. 9월엔 전남 장흥군 장동면 한 소외계층 아동들의 집을 자원봉사로 수리해줬다. 쥐가 너무 많아 사람이 살기 어려울 정도였던 이 집을 집터까지 파헤치는 기초공사를 새로 해 쾌적한 공간으로 만들었다. 건축비용을 줄이기 위해 컨테이너 건물에 외부는 철골구조물로 꾸몄다.

2월에는 전남 보성군 벌교읍 다문화 가정 6가족의 보금자리인 일명 ‘뽁뽁이 집’을 완공했다. 이 가족들의 옛집은 불이 나 폐허가 된 상태였고 북향인 데다 주변에 대나무숲이 있어 해가 들지 않았다. 원 소장은 이런 여건을 고려해 건축자재인 비닐 에어캡(일명 ‘뽁뽁이’)을 사용해 단열작업을 했다.

1월에는 태풍 볼라벤으로 지붕이 날아간 전남 강진군 산내들 지역아동센터를 새로 지었다. 농어촌 저소득층 아동 30여 명의 유일한 학습 문화공간인 지역아동센터를 꿈과 희망이 느껴지는 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

원 소장이 1일 새로 마련한 보금자리는 전남 화순에 있다. 필리핀 출신 이주여성 김윤희 씨(31)와 세 자녀가 함께 살아가는 공간이다. 김 씨 가족의 옛집은 화장실, 욕실도 없을 정도로 열악했다. 원 소장은 그런 김 씨 가족을 위해 화순군과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전남지역본부가 마련한 성금 4000만 원으로 주택을 설계했다. 삼남매가 가장 힘들어했던 화장실과 욕실을 쾌적하게 만드는 데 새집의 중점을 뒀다.

원 소장은 올해 문화체육관광부가 주는 젊은 건축가 상을 받았다. 그는 소외계층 보금자리 4곳의 3.3m²(1평)당 공사비용을 저렴하게 잡고 설계하고 있다. 일반 주택 공사비가 3.3m²당 최소 400만 원인 점을 감안하면 최소한의 비용으로 사랑이 가득 담긴 집을 만드는 셈이다.

화순=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