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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도 교수 “공개된 소쉬르 원고 10%뿐… 베일속 그는 무궁무진 연구대상”

입력 | 2013-11-01 03:00:00

기호학의 창시자 소쉬르 타계 100주년 학술대회 여는 김성도 고려대 교수




현대언어학의 아버지로 꼽히는 페르디낭 드 소쉬르. 올해로 타계 100주년을 맞았고 인문학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지만 그의 사상은 상당 부분 베일에 가려있다. 고려대 응용문화연구소 제공

현대언어학의 아버지이자 기호학의 창시자, 구조주의의 원류로 불리는 스위스 출신 언어학자 페르디낭 드 소쉬르(1857∼1913)의 타계 100주년을 맞아 그가 20세기 인문학에 끼친 영향을 조망하는 학술대회가 열린다. 한국기호학회 주최로 2일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 문과대에서 열리는 ‘소쉬르 사상의 인문학적 유산’ 학술대회다.

이 행사를 이끄는 김성도 고려대 언어학과 교수(50·한국기호학회장·사진)는 “지난 100년간 소쉬르는 언어학뿐만 아니라 인문학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며 “소쉬르가 없었다면 구조주의가 탄생하지 못하고 클로드 레비스트로스의 구조인류학, 자크 라캉의 정신분석학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프랑스 파리10대학에서 소쉬르 연구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소쉬르는 언어를 ‘기표’와 ‘기의’의 결합으로 설명했고, 언어의 역사적 측면에 주목하던 기존의 통시언어학보다 현재 언어의 구조와 기능에 초점을 맞추는 공시언어학 연구에 비중을 뒀다. 또 인간의 발성기관으로 표현하는 자연언어만 연구하는 데서 벗어나 문자 몸짓 수화 의례 같은 다양한 상징체계를 아우르는 기호학을 주창했다. 그에게 언어학이란 기호학의 일부였다.

소쉬르의 사상은 철학 정신분석학 인류학 문학이론에도 영향을 미쳤지만 정작 그는 21세에 쓴 석사논문 외에는 생전에 책을 낸 적이 없다. 게다가 강의가 끝나면 강의노트를 잘게 찢어 흔적을 남기지 않았다. 그가 말년에 제네바대에서 세 차례에 걸쳐 진행한 ‘일반언어학 강의’ 내용을 사후에 제자들이 짜깁기하여 책으로 낸 것이 현대언어학의 고전이 되었다.

김 교수는 “소쉬르가 책을 안 낸 이유는 미스터리인데, 나는 산스크리트어의 권위자였던 그가 산스크리트어 불경과 불교에 상당한 영향을 받아 책을 쓰지 않았다는 가설을 조심스럽게 세웠다”고 말했다. 그는 “소쉬르가 언어의 구조를 설파하긴 했지만 한편으론 불교의 탈존재론처럼 언어의 궁극적 실체에 대해 굉장히 회의적이었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소쉬르가 책을 남기지 않았기에 그동안 소쉬르 연구자들은 그가 남긴 육필 원고의 일부를 출판하거나 제자들의 강의노트에 의존해 연구하는 형편이었다. 김 교수는 “소쉬르의 육필 원고가 10분의 1밖에 공개되지 않았을 정도로 아직 그는 베일에 싸여 있다”며 “소쉬르는 한물간 골동품이 아니라 앞으로 무궁무진한 연구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30여 개 언어로 번역된 소쉬르의 ‘일반언어학 강의’를 가리켜 “언어학의 성서”라고 표현했다. 그는 기존에 출간된 ‘일반언어학 강의’에서 누락됐던 ‘세계 주요 어족들의 역사 지리지도’ 강의노트를 한국어로 번역해 내년 초 출간할 예정이다.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소쉬르학의 권위자인 미셸 아리베 파리10대학 명예교수가 기조발표를 한다. 아리베 교수는 1일과 5일 오후 5시 고려대 LG포스코경영관에서도 강의한다. 강의 참석은 무료이며 e메일(cacsadmin@korea.ac.kr)로 신청하면 된다.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