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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 체크]野의원 “서울대병원 비용절감 위해 저질의료재료 사용” 국감서 주장했는데…

입력 | 2013-10-31 03:00:00

의사-간호사 품질평가 거쳐 납품… 파업 노조 말만 듣고 일방적 질타
고려대-한양대병원도 수년째 사용, 일부서 의혹 보도… 환자불안 가중




서울대병원이 올해 8월 교체한 주사기의 모습. 서울대병원 노조와 민주당 김상희 의원은 “교체 전(왼쪽)과 비 교해 교체 후 제품이 ‘저질 의료재료’”라고 주장했지만 확인 결과 해당 주사기는 여러 대학병원에서 수년째 사용하고 있는 제품이며 서울대병원 납품 전에 의사, 간호사의 사용자 확인 과정을 거친 것으로 드러났다. 민주당 김상희 의원실 제공

“서울대병원이 비용 절감을 위해 ‘저질 의료재료’를 사용하고 있다.”

민주당 김상희 의원은 2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서울대병원이 올해 6월 비상경영을 선포한 뒤 비용 절감을 위해 저질 의료재료를 도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주사기 등 의료재료의 사진을 보여주며 “주사기 카테터 등 의료물품이 저질 제품으로 바뀌는 등 모든 부문에서 서비스가 저하되고 있다”며 서울대병원 측을 매섭게 질타했다. 카테터는 환자 몸에 삽입해 약을 넣거나 가래 등 체액을 빼내는 도관이다.

김 의원의 주장은 현재 파업 중인 서울대병원 노조의 주장에 근거한 것이다. ‘서울대병원 저질 의료재료 사용’은 현재 파업 중인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대병원분회가 파업의 주요 이유로 거론한 것 중 하나였다. 노조는 23일 파업을 시작하면서 “서울대병원이 사용하는 의료재료가 질 낮은 물품으로 교체돼 환자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은 사실일까. 사실이라면 매년 서울대병원을 찾는 외래 및 입원환자 200만여 명이 ‘저질 의료재료’로 치료받고 있는 셈이다. 30일 동아일보 취재팀이 확인한 결과 김 의원이 말한 저질 의료재료는 고려대병원 한양대병원 등 여러 대형병원에서 수년째 사용하고 있는 제품이며 서울대병원 납품 전 의사·간호사의 사용자 확인 과정을 거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대병원뿐만 아니라 모든 병원에서 사용되는 의료재료는 기자재도입심의위원회 심의나 해당 병원의 의사·간호사의 사용자 평가를 거친 뒤 최저입찰제 방식을 통해 선정된다. 결국 저질 의료재료가 사용된다면 해당 병원의 의사·간호사가 이를 용인했다는 뜻이다. 서울대병원에 각종 의료재료를 납품하는 제조사 관계자는 “납품되는 의료재료는 사용자 심의나 품질 평가를 통과한 뒤 입찰을 통해 결정된 것인데 이제 와서 저질 의료재료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했다.

카테터도 마찬가지다. 노조와 김 의원은 “서울대병원이 비상경영을 선포하며 카테터가 싼 것으로 바뀌었다”고 주장했지만 본보 확인 결과 서울대병원에 납품되는 카테터 중 90% 이상이 한 회사의 제품이며 이미 수년째 변경된 적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2년 전 일부 부서에서 사용하는 카테터가 교체된 사실이 있지만 이 역시 서울대병원이 비상경영을 선포하기 전의 일이다.

또 일부에서는 “카테터가 330원짜리에서 297원짜리로 바뀌면서 문제가 생겼다”는 등 제품의 단가를 제시하며 저질 의료재료라고 주장하지만 이 역시 근거가 부족하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평가다. 한 업체 관계자는 “대형병원은 최저입찰제로 매년 경쟁입찰을 한다. 가격이 오르거나 내리는 것은 경쟁입찰의 결과며 같은 제품이라도 시간이 지나면 단가가 떨어지기도 해 단가가 품질의 기준이 될 수 없다”고 했다.

저질 의료재료 주장은 일부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되면서 환자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서울대병원에 입원한 박모 씨(57)는 “매일 주사를 맞는 환자 입장에서 저질 의료재료가 사용되고 있다고 하니 불안하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측은 저질 의료재료 의혹 등을 보도한 일간지 및 인터넷 언론사를 언론중재위에 제소한 상태다.

김 의원실 관계자는 “노조 측 주장을 듣고 요청을 해 노조로부터 해당 자료를 받은 것”이라며 “해당 물품 공급사 등 다른 곳에 확인하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본보는 서울대병원 노조 측의 반론을 듣기 위해 노조 사무실과 관계자와 수차례 접촉을 시도했지만 “취재와 관련된 어떤 협조도 하지 않겠다”는 답변만 들었다.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