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패티김. 사진제공|피케이프로덕션
■ 패티김의 ‘아름다운 은퇴’
패티김(김혜자·75)이 25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벌인 ‘굿바이 패티’ 공연을 끝으로 55년의 가수 인생을 마감했다. 서태지와 아이들, 임창정이 과거 ‘은퇴’를 발표하고 마이크를 일시적으로 내려놓은 적은 있지만, 패티김의 은퇴는 말 그대로의 ‘은퇴’, 일반 직장인으로 치면 ‘정년퇴직’이다. 현재 우리나라 직장인 퇴직연령은 53세 안팎으로 알려졌는데, 패티김은 이보다 훨씬 많은 75세에 은퇴를 했으니, 행복한 ‘직장생활’을 한 셈이다.
직장인들이 정년퇴직을 하면 ‘시원섭섭한’ 감정이 많을 테지만, 패티김은 마지막 공연에서 “아이 앰 프리”(나는 자유다)를 외치며 홀가분한 감정을 드러냈다. “그동안 목이 쉴까, 살이 찔까, 무대 구성, 의상 선택 등에 따르는 압박감과 부담감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이제 김치·밥에 아이스크림도 마음껏 먹을 수 있다”는 그의 말처럼, ‘무서운 자기관리’로 가득한 55년 가수인생을 끝내는 심정은 홀가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패티김의 은퇴는 많은 이들의 박수를 받았다.
요즘 가요계에서는 아이돌 가수들이 무수히 쏟아진다. 나이 많아야 20대 초반인 이들에게는 아이돌 그룹이 ‘첫 직장’일 텐데, ‘아이돌’ 수명이 길어야 고작 7∼8년이다. 아이돌 출신이 정년퇴직까지 버티려면 새로운 생존전략을 구상해야 한다. 그런데도 한순간의 인기에 취해 자기계발을 게을리하는 어린 가수들을 흔히 접할 수 있다.
가요계라는 ‘직장’에서 ‘음악’이란 일을 평생직업으로 삼는 가수들이라면, 항상 ‘아름다운 은퇴’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하지 않을까. 패티김의 무대는 그 살아있는 교훈이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트위터@ziodad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