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내 문화관(73동) 기계실 내부. 석면 성분이 들어있는 보온마감재가 벽을 뒤덮고 있는 가운데 용역직원이 상주하는 책상과 의자가 보인다. 24일 오전 벽에서 채취한 회색 마감재 가루가 비닐팩에 담겨 있다. 검사 결과 이 안에는 기준치를 20배나 초과한 석면성분이 들어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동아일보 취재팀이 23, 24일 서울대 관악캠퍼스 내 16동(사회과학대학), 73동(문화관) 내 기계실 내부 벽과 마감재 시료를 채취해 한국석면환경협회에 분석을 의뢰한 결과 73동 기계실 내부 벽에서 채취한 시료에서 석면의 일종인 유해물질 투섬석(tremolite)이 20% 검출됐다. 기준치(1%)의 20배에 이르는 수치다. 16동 기계실에서는 발암물질인 유리섬유가 발견됐다. 이 기계실들은 배관 냉방시설 등 시설관리를 맡고 있는 용역업체인 원방기업 소속 직원들이 근무하는 곳.
투섬석은 국제암연구소(IARC)에서 1987년 1급 발암물질로 지정됐고 노동환경연구소의 발암물질 목록에도 1급으로 분류돼 있다. 한번 인체에 들어가면 배출되지 않고 악성중피종이나 폐암 신장암 위암 결장암 골수종을 일으킨다. 석면안전관리법 제8조 제1항은 ‘누구든 석면이나 석면 함유 제품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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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섬석과 유리섬유가 검출된 장소는 용역직원들이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6시에 퇴근할 때까지 상주하는 장소다. 기계실에는 통풍시설도 없어 용역직원 162명이 매일 9시간씩 발암물질에 그대로 노출돼 있는 셈이다.
서울대 측은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이규진 서울대 시설지원과장은 25일 “건물이 지은 지 오래돼 석면이 있는 것이다. 내가 일하는 본부와 강의실에도 조금씩은 다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학본부나 강의실의 석면 소재는 슬레이트 판 뒤에 감춰져 있거나 합판 형태로 가공돼 있어 피부에 묻거나 직접 들이마실 위험이 없다. 반면 기계실은 석면 성분이 포함된 보온마감재가 겉으로 노출돼 있다. 이 때문에 입자가 공기 중에 떠다녀 호흡기로 들어가거나 작업 과정에서 피부에 묻기도 한다.
취재팀이 23, 24일 현장을 방문했을 때 73동 기계실은 천장부터 사방 벽이 기준치를 20배나 초과한 석면 성분이 들어있는 마감재로 칠해져 있었다. 보온을 목적으로 벽에 덧발라 놓은 것. 손가락으로 벽을 누르자 회색 마감재가 진흙같이 묻어나왔다. 시료 채취를 위해 칼로 벽을 긁자 미세한 입자가 먼지처럼 공중에 뿌옇게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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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전기시설이 있는 73동(문화관) 1층 입구 천장은 기계실처럼 직원이 상주하진 않지만 수시로 드나들며 일하는 공간이다. 사다리를 타고 내부로 들어가 보니 높이 80cm 정도의 캄캄한 공간이 유리섬유로 거의 도배돼 있었다. 용역직원들은 이곳에 들어와 웅크리고 전구를 수리한다.
용역직원들은 가슴과 피부 등에 통증을 호소했다. 직원 B 씨는 “약을 먹어도 1년이 넘게 기침이 멈추지 않는다”고 했다. C 씨는 “전선 수리를 하고 나오면 목과 얼굴이 따가워 생활하기 힘들다”고 호소했다.
본보가 입수한 ‘서울대 건물 준공연도 현황’에 따르면 석면이 검출된 73동은 1984년에, 유리섬유가 검출된 16동은 1995년에 각각 준공됐다.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석면이 유해물질로 지정된 건 1990년, 사용 및 제조가 금지된 건 1997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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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역직원들은 서울대 측에 최근 근로환경 개선을 요구했지만 서울대 측은 답변을 미루고 있다. 용역직원들의 월급은 초봉 기준 128만 원 수준이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