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인류 1·2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이세욱 옮김/445, 333쪽·각 1만3800원/열린책들
신작은 작가에게 커다란 명성을 안겨 준 ‘개미’를 떠올리게 하는 요소가 많다. 한 뼘 크기의 미니 인간 에마슈와 창조주가 된 현생 인류의 관계는 전작 ‘개미’에서 작은 곤충과 거대한 인간 관계의 응용판이라 할 만하다. 에마슈 연구를 주도하는 과학자 다비드 웰즈가 ‘개미’의 중심인물 에드몽 웰즈의 증손자라는 설정도 그렇다.
이 책의 진짜 재미는 현생 인류가 실은 키가 17m나 되는 거인족이 창조한 제2의 인류라는 설정에서 비롯한다. 현생 인류가 제1인류였던 거인의 키를 10분의 1(평균 170cm)로 줄인 제2인류이고, 소형화의 방식으로 계속되는 제3인류(에마슈)의 창조가 실은 어머니 지구 ‘가이아’가 자신의 생존을 위해 기획한 거대 프로젝트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독자들은 에마슈의 모습에서 현생 인류의 시원(始原)과 종말의 기운을 동시에 보는 묘한 경험을 하게 된다.
하지만 이런 익숙한 요소들에 신종 플루나 후쿠시마 원전사태, 중동위기 같은 현대 사회의 위기 징후들을 버무려 인류문명에 대한 성찰을 담아낸 소설로 빚어내는 작가의 내공은 녹슬지 않은 것 같다. 다만 번역작업이 한창이라는 2부에서도 독자들에게 선사하는 긴장감과 몰입력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볼 일이다.
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