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이 명간? ‘노르웨이의 숲’이 ‘상실의 시대’ 일단 앞섰다
지난달 초 원제목을 단 ‘노르웨이의 숲’은 국내에서 150만 부가 팔린 ‘상실의 시대’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민음사가 무라카미 씨와 정식 판권 계약을 맺고 세계문학전집 310번째 책으로 초판 3만 부를 출간했다. 번역가 양억관 씨가 일본어 번역투 문장을 요즘 20대들이 사용하는 가벼운 구어체로 새롭게 번역했다. ‘상실의 시대’는 무라카미 씨와 계약이 끝났지만 저작권법 개정 이전에 출간돼 ‘회복저작물’로 인정받아 계속 출간될 수 있다.
‘노르웨이의 숲’ 출간 후 최근까지 인터넷서점 예스24에서 ‘노르웨이의 숲’은 3200여 권, 같은 기간 ‘상실의 시대’는 1900여 권이 팔려 약 1.7배 차이가 났다. 같은 기간 교보문고 온오프라인 매장에서도 ‘노르웨이의 숲’이 2.3배나 팔렸다. 예스24 문학담당 김희조 MD는 “새로운 번역과 예술적 표지가 독자의 마음을 사 꾸준한 판매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민음사 관계자는 “세계문학전집에 포함해 하루키를 고전의 반열에 끌어올린 의미가 있다. 앞으로 생겨날 10, 20대 하루키 팬에게는 새롭게 번역한 ‘노르웨이의 숲’이 더 매력적으로 읽힐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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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팬에게 두 책의 경쟁은 관심사다. 인터넷에는 두 책을 비교하는 리뷰가 계속 올라온다. 무라카미 팬 카페 ‘무라카미 하루키 되기’ 회원의 의견도 갈렸다. 닉네임 ‘니노’를 쓰는 31세 여성 회원은 “‘상실의 시대’ 제목이 더 적절해 보였는데 ‘노르웨이의 숲’을 사서 여러 번 읽고 나니 가슴속에 더 다가온다”고 밝혔다. 닉네임 ‘가브리엘’인 26세 여성 회원은 “‘상실의 시대’ 번역과 제목이 작품의 분위기에 더 잘 어울린다. 오히려 캐릭터가 잘 드러나게끔 성실하게 번역했다”고 평했다. 팬카페 운영자 김도윤 씨는 “번역은 군더더기 없고 깔끔한 ‘노르웨이의 숲’이 낫단 평이 많다. 하지만 추억이 간직된 깊은 맛은 ‘상실의 시대’에서만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