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종대 국제부장
반면 한미 관계는 되레 불편해졌다고들 말한다. 한미 사이엔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계에 들어갈 것이냐 아니냐를 비롯해 원자력협정 개정, 전시작전권 전환 연기,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에 대한 대응 등 갈수록 난제가 쌓이고 있다는 것이다.
과연 중국의 대북 자세엔 근본적인 변화가 있는 것일까? 지난 주말 울산에서 아산정책연구원 주최로 한국과 중국의 젊은 학자와 언론인 28명이 세미나를 했다. 양국 간 세미나는 유교적 전통 때문인지 ‘겉말’과 ‘속뜻’이 다른 때가 많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처음부터 ‘같은 젊은이끼리 솔직하고 허심탄회하게 얘기해 보자’는 제안이 나왔고 서로 의기투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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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결 방식 또한 이미 무용론이 제기된 6자회담이 유일하다고 주장했다. 중국 학자들은 “전제조건 없이 6자회담을 재개해야 한다”며 북한의 최근 주장을 그대로 되풀이했다. 아무런 진척도 없이 10년을 넘겨 북한에 핵 개발 시간만 제공한 꼴이 된 데 대해선 북한과 미국의 양자 책임론을 거론했다.
중국의 대북 지원과 관련해 “식량과 원유를 왜 계속 주느냐”는 질문엔 “한국은 1964년 발효된 조중변계조약(朝中邊界條約)을 간과하고 있다”고 맞받았다. 동맹국가인 한미처럼 북-중 역시 ‘특수 관계’라는 것이다.
“한국 주도의 통일이 중국에 절대 불리하지 않고 오히려 유리하다”는 지적엔 주한미군을 문제 삼았다. 통일이 되면 미군이 필요하지 않지 않으냐는 지적이었다. 중국 학자들은 심지어 “북한보다 국내총생산(GDP)이 25배 많은 걸 자랑하는 한국이 굳이 안보를 미국에 의존하는 이유가 뭐냐”며 한국의 주권 사항인 한미동맹 문제까지 꺼내들었다.
일부 중국 학자는 미중의 마찰에 대해 “부상하는 나라와 기존 패권국가가 갈등하지 않은 적이 없다”며 최악의 무력 갈등까지 대비해야 한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미중 갈등과 대립을 피하기 위한 중국의 공식 외교노선인 ‘신형대국관계’가 아직은 미국에 못 미치는 힘을 기르기 위한 시간 벌기 전략이라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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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 한 마리 왔다고 봄이 오지 않는 것처럼 박 대통령에 대한 중국의 호감도가 높아졌다고 한중 관계가 잘 굴러갈 것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하종대 국제부장 orion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