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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어난 전망 환한 실내 “카페에 들어온 듯”

입력 | 2013-10-23 03:00:00

11월 13일 개관 앞둔 서울 소격동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내부 공개




서울 소격동 옛 기무사 터에 들어선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의 전시장 ‘서울박스’.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 남궁선

희뿌연 유리벽을 통과한 빛이 은은히 스며드는 전시실. 높이 17m의 박스 형태 공간에 하늘거리는 천으로 만든 집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아직 미완성 상태지만 서도호 작가의 ‘집속의 집 속의 집 속의 집속의 집’이란 설치 작품이다. 북쪽을 향해 열린 투명한 창으로 의젓한 자태를 드러낸 종친부 건물과 미묘한 긴장과 조화를 빚어낸다.

다음 달 13일 공식 개관을 앞둔 서울 소격동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의 내부 공간이 22일 처음 기자들에게 공개됐다. 2009년 1월 조성계획 발표에 이어 2011년 착공한 서울관은 연면적 5만2125m², 지하 3층 지상 3층 규모로 총사업비 2460억 원(공사비 1276억 원)을 들여 6월 28일 준공됐다. 서도호 작품을 선보인 ‘서울박스’를 포함해 8개 전시실, 영화관, 멀티프로젝트홀 등을 갖춘 도심 속 미술관이다.

정형민 관장은 “1986년 과천관, 1998년 덕수궁관이 문을 연 데 이어 올해 서울관, 2015년 말 청주관이 개관하면 4관 체제가 시작된다”며 “과천은 20세기 현대미술사 정리와 연구, 덕수궁은 근대미술, 청주는 보존과 전시를 겸한 공간, 서울관은 동시대 한국미술과 세계 미술이 교류하는 공간으로 끌어가겠다”고 밝혔다.

서울관을 설계한 건축가 민현준 씨는 “유서 깊은 지역에 들어서는 만큼 새 아이콘을 만들기보다 기존 경관이 아름답게 보일 수 있게 배경 역할을 하는 미술관을 만든다는 것이 애초 목표”라며 “큰맘 먹어야 가는 미술관이 아니라 카페나 마트 가듯 편히 드나드는 일상 속 미술관을 지향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새 건물은 독불장군식 튀는 디자인으로 시선을 끌기보다 지역에 녹아들면서 내실 있는 공간 구성을 적용했다. 전시실이 올망졸망한 크기여서 확 트인 맛은 없으나 자연채광과 태양열 시스템을 갖춘 상설전시실, 지하인데도 지상 느낌을 살린 전시실, 천장이 낮은 과천관과 달리 설치 작품에 맞게 높은 층고(5∼17m)를 확보한 점은 돋보였다.

종친부와 옛 기무사, 새 건물까지 화음을 이루기가 쉽지 않았을 터이나 6곳의 마당과 창을 십분 활용해 건물 안팎이 유기적으로 이어지고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질 수 있게 배려했다. 전반적으로 현대적 미술관이 고풍스러운 종친부 건물을 홀대하지 않고 보듬은 모양새다.

하드웨어는 갖춰졌으나 인력 등 소프트웨어에는 보완할 점이 많다. 미술관 측은 서울관 운영에 필요한 인력 85명을 안전행정부에 요청했지만 전문 계약직 37명 충원에 그쳤다.

개관 기념전은 국제 미술관으로서의 면모를 보여 주기 위해 장르 간 융합을 주제로 국내외 큐레이터 7명이 기획한 ‘연결-전개’전과 소장품 특별전 등을 마련했다. 쾌적한 관람 환경을 위해 개관 후 11월 말까지 온라인 예약제를 실시한다.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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