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제휴 물거품된 곰탕집 사장… 농심상대 30억 손배 소송서 패소
서울 강남의 유명 곰탕집 사장 이모 씨(58)가 ‘신라면 블랙이 곰탕 제조비법을 도용했다’며 농심을 상대로 30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이 씨에 따르면 1989년 어머니에게 곰탕 비법을 전수받은 뒤 ‘소문난 맛집’으로 유명세를 떨치던 이 씨는 ‘곰탕 제품을 만들 예정인데 사업 제휴를 하고 싶다’는 농심 측의 연락을 받았다. 이후 이 씨는 농심에 곰탕 샘플을 보내줬다. 농심 임직원들은 이 씨네 곰탕 공장을 견학까지 했다. 2009년에는 이 씨의 곰탕 성분과 함량을 분석한 보고서를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이 씨는 지난해 3월 농심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농심이 자신의 제조비법을 빼내 2010년 ‘뚝배기 설렁탕’과 2011년 ‘신라면 블랙’을 잇달아 선보였다는 게 이유였다. 이 씨는 “농심 측이 특별한 이유 없이 계약을 미루면서 합작 생산을 염두에 둔 설비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2009년 9월 도산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농심은 “이 씨가 자신의 제조법을 홍보해왔기 때문에 ‘영업비밀’이라고 볼 수 없고 신라면 블랙은 이를 이용해 만들지도 않았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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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결국 “곰탕 국물 맛이 비슷하다고 제조방법까지 동일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농심 측의 손을 들어줬다고 21일 밝혔다. 재판부는 “농심이 이 씨의 곰탕 성분을 분석한 건 맞지만 이 씨 가게처럼 전통 가마솥을 현대적으로 개선한 장비를 쓰는 대신 수입 장비를 썼고 이 씨네 곰탕처럼 저온숙성 과정을 거치지도 않았다”며 “이 씨가 낸 증거만으로는 농심이 비법을 도용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