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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이병호]국정원이 일류정보기관 되면 정치개입은 없어진다

입력 | 2013-10-17 03:00:00


이병호 울산대 초빙교수·전 안기부 차장

정치개입 방지가 벌써 수개월째 국정원 개혁의 최대 핵심쟁점으로 정치권을 달구고 있다. 국정원은 ‘셀프 개혁안’을 준비 중이고 민주당안은 이미 나와 있다. 국정원을 대통령 산하에서 국무총리 산하로 전환시키고, 국내정보파트를 해체하며, 대공 수사권을 박탈하는 것이 민주당안의 요체다. 필자는 이 안이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인 무책임한 발상이라고 생각한다.

우선 이 쟁점 자체가 다른 나라 보기에 창피스럽다.

미국의 중앙정보국(CIA), 영국의 MI5나 MI6, 이스라엘의 모사드, 심지어 러시아 정보기관을 두고 국내 정치개입 시비가 일어난 사례는 없다. 이유는 간명하다. 이 정보기관들이 정보운영의 기본과 상식에 따라 철저히 운영되는 일류정보기관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국정원 정치개입 문제도 조직을 이리저리 뜯어 고치거나 처벌조항의 강화 또는 강력한 의지 표명 방식으로 접근할 사안이 아니다. 국정원을 제대로 된 일류정보기관으로 환골탈태시키는 개혁이 바로 이 문제에 대한 근원적 해결책이다.

정치개입 방지가 일류정보기관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반면 일류정보기관이 되면 정치개입은 자동으로 방지된다. 그간의 국정원 정치개입이란 엄밀히 말하면 국정원장 개인의 정치개입이다. 국가정보기관으로서 국정원의 본질적 역할과 기능을 철저히 인식하지 못한 채 국정원을 어설프게 지휘하다가 일으킨 사달들이 바로 정치개입 시비의 실체이기 때문이다.

미국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임기 말 CIA를 “혐오스러운 필수기관”이라고 평했다. 스파이를 운영하고 도청하고 매수하고 때론 강압수단을 쓰는 CIA 활동 방식이 혐오스럽지만 국가 보위를 위해 꼭 필요하다는 점을 대통령으로서 새삼 깨달았다는 술회다. 이런 장치를 아무 데나 써서는 안 된다. 즉 사활적 국가이익인 국가안위 문제에 국한에서 사용해야 한다. 그러나 그간 역대정권은 국정원을 대통령의 국정을 보좌하는 권력형 정무기관으로 운영해 왔다. 민주당 집권 때도 마찬가지였다. 때문에 권력형 정보기관으로 어정쩡하게 머물러 있을 수밖에 없었고 이것이 국정원이 정치개입 시비에 휘말리게 된 근본 배경이다. 처방은 자명하다. 국정원을 정보기관 운영의 기본과 상식에 맞게 운영하여 일류정보기관으로 만드는 것이다.

지금은 북한의 믿을 수 없고 위험한 체제 본성이 지속되고 있는 정세다. 또한 우리가 쉽게 간과하지만 일본과 중국 두 나라 모두 무서운 이웃이란 현실은 변할 수 없다. 이 판국에 국정원을 지속적으로 때리고 흔드는 것은 백해무익한 자해 행위다. 민주당도 이젠 댓글 사건의 미련을 접고 진정한 국가정보역량 강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

이병호 울산대 초빙교수·전 안기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