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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커룸]두산의 경계대상 1호… 타율 0.215 허도환?

입력 | 2013-10-10 03:00:00

올 두산전 안타 친 7경기서 넥센 5승
9일은 무안타지만 9회까지 마스크




“사실 두산에서 가장 경계하는 타자는 저, 허도환입니다.”

프로야구 넥센 허도환(사진)은 준플레이오프 2차전이 열린 9일 목동구장에서 경기 전 이렇게 큰소리 쳤다. 심지어 “많은 전문가 여러분이 이번 시리즈를 ‘박병호 시리즈’라고 하는데 사실 두산 배터리(야구에서 포수와 투수를 함께 이르는 말)는 저에 대해 아주 많이 연구하고 왔다”는 말까지 했다.

허도환은 지난해와 올해 2년 연속 올스타로 뽑혔지만 올 시즌 정규리그 타율이 0.215밖에 되지 않는 전형적인 수비형 포수다. 넥센 팬들은 주로 9번 타자로 출전하는 허도환을 타자로 나서야 하는 미국프로야구 내셔널리그 투수에 빗대기도 한다. 수비에서 잘해주니 공격에서는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허도환이 잘난 체가 심한 성격인 것도 아니다.

그런 허도환이 큰소리 칠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 두산을 상대로 허도환이 안타를 때렸을 때 넥센이 승리를 챙겨 간 경기가 많았기 때문이다. 올해 두산과 16경기에 모두 나선 허도환은 이 중 7경기에서 안타를 쳤다. 이 7경기에서 넥센의 성적은 5승 2패(승률 0.714). 허도환이 안타를 때리지 못한 9경기에서 넥센의 두산 상대 성적은 4승 5패(승률 0.444). 허도환은 “어제(1차전)도 3회 안타를 치는 순간 오늘은 이기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는 “사실 저도 수비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공격에서는 희생번트 성공하는 정도면 만족해요. 사실 찬스가 오는 게 부담스러울 때도 있고요. 그런데 제 안타의 비밀을 아는 두산 선수들이 실제로 대비책을 세우고 나온 것 같아요” 라면서 웃었다.

실제로 이날 경기에서도 허도환은 7회 투수 옆을 빠져 나가는 안타성 타구를 때렸다. 하지만 본래 수비 위치를 한참 벗어나 길목을 지키고 있던 두산 2루수 오재원에게 막혀 아웃이 됐다.

허도환은 9회초까지 계속 포수 마스크를 썼지만 9회말 대타 문우람으로 바뀌면서 무안타로 경기를 마쳤다. 그러나 이틀 연속 터진 끝내기 안타가 허도환의 빈자리를 채워 줬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