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서 2명에 정비-기술자 60명… 개발 스태프 합치면 6000명이 한팀인피니티와 레드불팀 협력 맺어… 승용-레이싱차 신기술 주고 받아
인피니티 레드불 레이싱팀의 F1 경주차 ‘RB9’. 한국닛산 제공
지난해까지 3년 연속 F1 챔피언을 차지한 독일의 제바스티안 페텔(26)은 비좁은 운전석에 앉아 기능 하나하나를 꼼꼼히 확인했다. 정비사들도 경기 중 피트스톱(경주차가 타이어 교체를 위해 차고에 일시 정차하는 것)에 대비해 관련 장비를 손보고 있었다. 숙련된 정비팀의 피트스톱 시간은 3초 이내다. 인피니티 F1팀은 이날 2.5초 만에 타이어 4개를 교체했다.
F1 경주차는 ‘머신(Machine)’이라는 별칭대로 오로지 속도만을 추구하는 기계다. 나사도 합성수지를 사용해 손으로 깎아 만든다. 무게를 1g이라도 더 줄이기 위해서다. 부품 수는 약 8만 개로 2만 개 안팎인 일반 승용차보다 4배나 복잡한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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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1 머신의 가격은 대당 100억 원 안팎이다. 일반 중형차와 비슷한 배기량의 2.4L급 엔진으로 최고 출력 750마력, 시속 320km의 최고 속도를 뿜어내는 데 드는 비용이다. 이날 결승전에서 인피니티 F1팀 소속 레이서인 마크 웨버(37·호주)의 머신이 후방 추돌로 화재가 나자 인피니티 F1팀 스태프가 우승을 차지하고도 머리를 감싸 쥐고 절규한 이유다.
○ F1은 자동차 기술 경연장
‘세계에서 가장 운전을 잘하는 사나이’ 페텔은 인피니티의 동력 성능 담당자로서 ‘FX’ ‘Q50’ 등 신차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인피니티는 F1 머신에 쓰이는 패들시프트(손가락으로 조작하는 수동변속기)를 만들었다. 인피니티 F1팀은 모기업 르노닛산얼라이언스 소속인 르노에서 엔진을 공급받고 있다. 르노 엔진에 인피니티 기술을 적용해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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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바뀌는 규정에 따라 F1 레이싱팀은 현재보다 더 낮은 배기량인 1.6L급 터보엔진을 사용한다. 이 때문에 작은 배기량으로 높은 속도를 내게 하는 에너지 회생기술이 F1 경주의 승패를 가르는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운동에너지 복구시스템(KERS), 공기역학적 차체 설계(에어로다이내믹스) 등 F1에 쓰이는 기술은 친환경차나 다운사이징(차체 소형화)에도 고스란히 활용할 수 있다. 페라리는 KERS를 활용해 963마력을 내는 하이브리드스포츠카 ‘라 페라리’를 3월 내놨다.
메르세데스벤츠의 F1팀인 ‘메르세데스 AMG 페트로나스’는 벤츠의 고성능 브랜드 ‘AMG’와 기술 교류를 하고 있다. 페라리는 회사 설립 당시부터 자동차업체가 아닌 레이싱팀 ‘스쿠데리아 페라리’로 시작한 만큼 F1과 가장 밀접한 성향을 가진 도로주행용 차를 만든다는 평가를 받는다. 영국 맥라렌과 로터스도 F1을 기반으로 한 스포츠카를 개발해 온 레이싱 명가(名家)들이다.
○ 6억 명이 보는 글로벌 스포츠
6일 전남 영암 코리아인터내셔널서킷(KIC)에서 열린 ‘포뮬러원(F1) 코리아 그랑프리’ 결승전을 앞두고 인 피니티 레드불 레이싱팀 소속 레이서 제바스티안 페 텔(오른쪽)이 경주차 ‘RB9’에 앉아 정비 상태를 살펴 보고 있다. 영암=이진석 기자 ge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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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효과도 크다. 인피니티는 F1에 참여한 뒤 5억 달러(약 5350억 원)가량의 브랜드 노출 효과를 거둔 것으로 추산했다. F1 머신에는 자동차업체와 금융회사, 음료회사, 명품업체의 다양한 브랜드 로고가 빈틈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빼곡히 붙어 있다.
▼ F1팀 헬멧에 ‘르노삼성’ 로고… 시청자 6억명 광고효과 톡톡 ▼
6일 F1 코리아 그랑프리 결승전에서 서킷 위를 질 주하고 있는 키미 라이코넨(핀란드)의 헬멧에 새겨 진 르노삼성자동차 한글 로고. 르노삼성자동차 제공
이날 결승전은 잇단 사고로 세이프티카(경기 중 사고 발생 시 투입되는 안전유지차량)인 벤츠 ‘SLS AMG’가 두 차례나 등장해 10여 분간 전파를 탔다. 화재사고 처리를 위해 초기 화재 진압용으로 개조된 크라이슬러의 ‘지프 그랜드체로키’가 서킷 위를 달렸다. 이런 해프닝들이 후원업체들에는 엄청난 광고 효과를 안겨준다. 김민조 한국닛산 홍보팀 차장은 “F1은 특히 고급차나 명품 구매를 고려하는 고소득층 팬이 많아 마케팅 성공의 보증수표와 같다”고 말했다.
영암=이진석 기자 ge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