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국세청 조사국 직원들은 영일이 없다. 문제가 있어 보이는 기업엔 어김없이 칼을 들이댄다. 회장 사퇴 문제로 논란을 빚고 있는 포스코에 예고 없이 들이닥쳐 회계장부를 가져가면서 ‘정기 세무조사’라고 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K대 인맥으로 득을 봤다는 얘기가 나돈 CJ는 지주회사에 이어 CJ E&M도 조사 대상에 추가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 사돈 그룹인 효성은 비자금과 역외(域外) 탈세가 걸려 곤욕을 치르고 있다. 국세청에선 “정치적 의도는 없다”고 한다. 그럼에도 재계에선 “청와대와 국세청이 이심전심(以心傳心) 아니겠느냐”는 분석도 나온다.
▷국세청이 세무조사로 원성을 듣지만 마냥 탓할 일은 아니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세금을 제대로 낸다면 세무조사를 두려워 할 이유가 없다. 나라 살림살이가 어려운데 곳간을 채워 넣는 것은 국세청의 일이다. 기초연금과 4대 중증(重症)질환처럼 돈이 많이 드는 대선 공약을 지키려면 세금을 지금보다 훨씬 더 걷든지 국채를 찍어 나랏빚을 늘리는 방법밖에 없다.
최영해 논설위원 yhchoi6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