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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현대백화점에 전시했던 ‘월금’ ‘TV 첼로’ 위작 시비

입력 | 2013-10-02 03:00:00

故백남준이 보면 울까 웃을까…




1999년 12월 31일 임진각에서 열린 밀레니엄 행사에 전시된 8m 높이의 ‘월금’ 진본(왼쪽)과 올해 8월 30일부터 9월 30일까지 경기 부천시 현대백화점 중동점에서 개최한 ‘백남준 작품전’에 전시된 3m 정도 높이의 ‘월금’ 모조작(오른쪽). 형태는 비슷하지만 크기가 다르다. 부천=조동주 기자 djc@donga.com

세계적인 비디오아티스트 고 백남준 작가의 작품에 쓰이는 TV 설치를 담당했던 A 씨(76)는 9월 23일 경기 부천시의 현대백화점 중동점에서 열리고 있는 ‘백남준 작품전’에 갔다가 분노를 금치 못했다. 자신이 1999년 백 작가를 도와 함께 만들었던 작품 ‘월금’의 모형이 진본처럼 전시돼 있었기 때문.

작품 월금은 백 작가가 A 씨와 함께 1999년 12월 31일 임진각에서 열린 밀레니엄 행사인 ‘DMZ 2000’을 개최하면서 만들었다. 당시 백 작가는 중국 월금(月琴)과 서양악기 첼로 형상의 작품을 1개씩 만들었고, 이 둘을 합쳐 ‘호랑이는 살아있다’라고 작품명을 지었다. 각각의 작품은 높이 8m로 TV와 철을 합쳐 만들었다.

하지만 이번에 백화점에 전시된 월금은 높이가 3m 정도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작품 옆엔 ‘2000년 뉴밀레니엄 프로젝트 일환으로 서양악기인 첼로와 동양악기인 월금에서 영감을 얻어 동서양의 조화를 추구하고자 했던 작품’이라고 팻말에 적혀 있었다.

A 씨는 전시에 사용된 월금은 자신이 백 작가 사후(2006년 이후) 경북 지역 한 대학의 B 교수(여)에게 모형 형태로 만들어준 것이라고 1일 주장했다. B 교수가 “미술관에 전시할 작품 하나만 만들어 달라”고 부탁하자 A 씨가 ‘영리 목적으로는 쓰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비슷하게 만들어줬다는 것이다. A 씨는 “B 교수가 이 모형을 백화점에 진품이라고 대여해주며 돈벌이를 할 거라곤 생각도 못했다”고 말했다.

B 교수는 백화점이 개관 10주년을 맞아 8월 30일부터 9월 30일까지 개최한 ‘백남준 작품전’에 백 작가의 작품이라며 ‘월금’ ‘TV 첼로’ 등 조형물 2개와 그림 13점을 빌려줬다. 임대료로 백화점 측에서 1800만 원을 받았다. B 교수는 1999년 백남준후원회 추진위원장을 맡았으며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서 백남준미술관을 운영하기도 했다.

하지만 1999년 12월 31일 전시됐던 월금 진본은 현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1층에 전시돼 있다. 작품의 소유권을 갖고 있던 21세기예술경영연구소가 전시가 끝난 뒤 서울시에 기증했고, 서울시가 이를 세종문화회관에 전시한 것이다. 원작(높이 8m)이 너무 커 이를 해체한 뒤 높이 5.77m짜리로 재조립했다. 당시 해체와 조립을 담당했던 이정성 아트마스타 대표(69)는 1일 동아일보와 만나 “내가 작품의 저작권자인 백 작가에게 재조립을 허락받았고, 완성된 다음엔 당시 미국에 있던 백 작가를 찾아가 작품 사진을 보여주고 서명까지 받았다”고 말했다.

이번 ‘백남준 작품전’에 전시된 또 다른 작품 ‘TV 첼로’에 대해서도 진위 의혹이 제기됐다. 이 작품 오른쪽엔 빨간 페인트로 ‘PAIK 1990’이라고 사인이 돼 있는데 백 작가는 사인에 연도를 적을 때 ‘1990’이라는 식으로 적지 않는다는 것이다.

백화점 측은 의혹이 확산되자 진위를 조사하고 있다. 백화점 관계자는 “만약 B 교수가 빌려준 작품이 가짜인 게 명백히 밝혀지면 백화점의 이미지를 실추시킨 것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를 제기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월금 진본을 소유하고 있는 세종문화회관 측은 “월금은 2001년 이곳으로 옮겨진 뒤 한 번도 반출된 적이 없다. B 교수의 ‘월금’은 위작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B 교수는 1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1999년 미국에서 만난 백 작가가 ‘2000년 밀레니엄 전시가 끝나면 월금을 작은 크기로 만들어주겠다’고 약속했다”며 “백 작가 사후 이 사실을 A 씨에게 말하고 당시 작품과 동일한 재료로 만들어 받았기에 가짜라고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TV 첼로’에 대해선 “정확한 시기는 기억나지 않지만 백 작가가 나에게 판 것이다. 당시 백 작가가 미국에서 한국으로 작품을 부쳐줬다”고 주장했다.

부천=조동주 기자 dj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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