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거장 게오르그 솔티에게 발탁된 佛 피아니스트 장에플랑 바부제 e메일 인터뷰
첫 내한 공연을 앞둔 프랑스 피아니스트 장에플랑 바부제. 그는 “피아니스트는 고독의 본질에 다가가 있는 사람이다. 음악 친구들과 시시콜콜한 수다를 나누거나 실내악 연주를 하면서 내가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위안을 얻는다”고 말했다. 성남아트센터 제공
‘현재 세계에서 가장 감칠맛 나는 연주를 하는 피아니스트’(음악 칼럼니스트 류태형)라는 바부제가 처음으로 한국 무대를 찾는다. 내한을 앞둔 그를 e메일로 만났다.
내한 프로그램은 그를 최고의 피아니스트로 만들어 준 레퍼토리로 짜여졌다. 드뷔시의 ‘전주곡’과 라벨의 ‘밤의 가스파르’를 들려준다. 두 인상파 작곡가의 대표작이다. 그는 “라벨과 드뷔시 중 누구 하나를 고르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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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부제의 피아노는 수채화를 그리듯 색채감 넘치는 음색과 섬세한 선율, 역동하는 리듬, 크리스털 같은 청명함과 안개 낀 듯한 몽환적 분위기를 절묘하게 넘나든다는 평을 받는다. 바부제는 “어린 시절 피아노와 오보에, 타악기를 함께 배웠다. 온몸을 관통하는 오보에의 선율, 리듬으로만 돌진하는 팀파니의 에너지, 이 두 악기를 중재하는 건 피아노였다”고 말했다.
“연습을 좋아합니다. 책꽂이를 가득 채운 악보를 보면 의욕이 샘솟아요. 내 인생 동안 저 수많은 걸작을 얼마나 손끝으로 가져올 수 있을지…. 잠자리에 누워서도 손가락을 까딱거리면서 연습하면 아내가 자꾸 놀려요.”
이 학구적인 피아니스트에게 빛을 선사한 것은 지휘의 거장 게오르그 솔티(1912∼97)였다. 바부제는 24세 때 독일 쾰른 베토벤 콩쿠르에서 우승하고, 이듬해 미국 뉴욕 영 콘서트 아티스트 오디션을 통해 데뷔했다. 낯선 무대에서 낯선 이들을 만나는 것이 신기했지만 그저 그런 날들이 10여 년간 이어졌다.
서른세 살 때인 1995년 바부제는 스위스에서 솔티를 만났다. 1991년 시카고 심포니 음악감독을 사임한 솔티가 세계 유수의 오케스트라에서 활발하게 객원 지휘를 하던 시절이다. 솔티 자신이 지휘자 토스카니니의 눈에 띈 것처럼, 솔티는 바부제를 발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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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부제는 ‘솔티의 마지막 발견’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솔티 대신 피에르 불레즈가 이끄는 파리 오케스트라와 바르토크 피아노 협주곡을 협연하며 날개를 달았다. 그는 “솔티, 스뱌토슬라프 리히터(피아니스트)도 상대적으로 뒤늦게 세계 무대에서 인정 받았다. 늦게 피는 꽃이 더 오래 간다는 장점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19일 오후 5시 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 3만∼10만 원. 1544-8117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